[직썰 / 임나래 기자] 종전 기대감이 번지며 건설업계를 짓눌렀던 공사비 급등 우려가 잦아드는 듯 보이지만, 현장은 오히려 긴장 상태다. 전쟁 여파로 오른 자재·물류비가 시차를 두고 공사비에 반영되는 구조상, 비용 부담이 본격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누적된 원가 상승은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다만 조합과 건설사 간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 속에서 해법 찾기는 쉽지 않다. 협의 지연은 곧 착공 지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부담은 분양가 상승을 통해 수분양자에게 전가돼 ‘내 집 마련’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후폭풍’…건설업 공사비 ‘후행 충격’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업계를 짓눌렀던 ‘공사비 대란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비용 상승 반영은 지금부터다. 건설업 특성상 계약과 실제 공사 집행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상승 등 외부 변수는 즉각적으로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후행적으로 반영된다. 하락 시 마찬가지다.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이미 상승한 자재 가격과 물류비는 단기간 내 원상 회복되기 어렵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은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고 시차가 있다”며 “현재 일부 건설사들이 조합에 인상 필요성을 알리는 공문은 발송했지만, 실제 공사비를 확정적으로 올린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공사비 협의 난항에 현장은 ‘교착’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건설사와 비용 상승분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아직 수치로 체감되는 공사비 상승률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건설사 또한 원가 상승을 설명해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나아가 분양가 인상으로 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면 사업 지연이나 착공 연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비사업은 조합과의 협의가 필수적이고, 공공사업은 계약 조건에 묶여 있다. 자재비, 물류비, 인건비 등 전방위적인 비용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뚜렷한 출구는 없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른다고 해서 이를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며 “협의를 시도해도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과 함께 안전 관련 제재 수위까지 강화되면서 사업 리스크가 크게 커졌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부담해야 할 책임이 커진 만큼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동성 지원 한계…공사비 상승의 종착지 ‘분양가’
정부는 저리 융자와 보증 수수료 감면 등을 통해 건설사의 단기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있지만, 이는 ‘급한 불 끄기’에 가깝다. 공사비 상승 근본적 문제까지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부담은 분양가로 전가되고, 시장에서 “신축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종전 이후 자재비와 물류비 상승분이 반영되면 공사비 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여기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고,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징금이나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환경에서는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지방의 경우 미분양과 사업성 문제도 있지만, 현장 수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분양가 인상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키우고 시장 접근성을 낮춘다. 이미 금리와 경기 변수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 전반의 거래 위축될 수 있다. 단기 금융 지원을 넘어 규제와 공급 정책 간 균형을 맞추는 접근이 시급하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