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나왔는데 욕실 안에 꿉꿉한 냄새가 가득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청소를 더 자주 못 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욕실 바닥이나 벽 타일을 아무리 박박 닦아도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욕실은 구조 자체가 습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샤워할 때마다 비누 거품, 샴푸 잔여물, 피지 같은 유기물이 물과 함께 배수구로 흘러들어가는데, 이것들이 배수구 내부 벽면에 조금씩 달라붙으면서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 이 유기물 위로 미생물이 번식하고, 그 미생물들이 끈적한 점액질 막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 막을 바이오필름이라고 부른다. 욕실처럼 따뜻하고 축축한 환경에서는 바이오필름이 특히 빠르게 두꺼워지고, 두꺼워질수록 세균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악취를 내뿜는다.
덮개 아래에서 시작되는 냄새의 근원
욕실 배수구 냄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바이오필름이고, 다른 하나는 배관 내부에 있는 봉수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봉수는 욕실 배수구 아래에 설치된 U자형 또는 S자형 트랩 부분에 항상 고여 있는 물을 말한다. 이 고인 물이 하수관에서 올라오는 메탄, 황화수소 같은 가스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욕실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이 물이 자연 증발해 없어진다. 봉수가 사라진 자리로는 하수도 가스가 아무 거침 없이 올라오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평소에는 냄새가 없던 욕실이 갑자기 지독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과탄산소다가 배수구 냄새를 잡는 데 효과적인 이유
과탄산소다는 탄산나트륨과 과산화수소가 결합된 형태의 흰색 분말이다. 물에 녹으면 과산화수소가 분리되면서 산소 기포를 활발하게 발생시키는데, 이 기포가 바이오필름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방세제나 일반 세정제는 표면에 직접 닿아야 유기물을 분해할 수 있다. 칫솔이나 수세미로 문질러야 효과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과탄산소다는 물과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기포가 바이오필름 안쪽까지 파고들어 유기물을 들어올린다.
여기에 더해 과탄산소다는 강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어서 바이오필름 속에서 번식하는 세균과 곰팡이를 직접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냄새를 일시적으로 덮어주는 방향제나 탈취제와 달리, 냄새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 자체를 없애기 때문에 세척 후 효과가 오래 유지된다.
단, 과탄산소다는 알루미늄 소재나 일부 금속 부품과 반응해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 배수구 덮개나 트랩 부품이 금속 재질이라면 직접 장시간 담가두는 방식은 피하고, 뿌린 뒤 10분 이내로 시간을 줄여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배수구 덮개 열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바이오필름을 없애는 데 필요한 준비물은 과탄산소다와 뜨거운 물이면 충분하다. 약국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한 번 사두면 욕실 곳곳에 두루 쓸 수 있어서 따로 챙겨두는 것이 좋다.
먼저 배수구 덮개와 트랩 부품을 분리한다. 덮개 표면만 물로 헹구고 다시 덮는 방식으로는 냄새가 잡히지 않는다. 바이오필름이 가장 두껍게 쌓이는 곳은 트랩 안쪽 벽면이기 때문에, 트랩 부품까지 꺼내야 제대로 된 세척이 가능하다.
분리한 부품을 세면대나 세숫대야에 올려놓고 과탄산소다를 2~3큰술 골고루 뿌린다. 여기에 60~70도 사이의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으면 거품이 올라오면서 산소 기포가 발생하는데, 이 기포가 바이오필름 속 유기물을 물리적으로 들어올려 표면에서 분리한다. 그대로 15~20분 정도 두었다가 칫솔로 한 번 더 문질러주면 남은 잔여물까지 깔끔하게 제거된다.
세척이 끝나면 배수구 구멍 안쪽에도 과탄산소다 1~2큰술을 직접 뿌리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흘려보낸다. 배관 내부 벽면에 붙어 있는 바이오필름도 같은 방식으로 분해된다. 다만 배관 재질이 PVC인 경우 끓는 물을 그대로 부으면 변형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60~70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냄새 재발 막으려면 이 습관이 필요하다
바이오필름 제거가 끝났다면 봉수를 복구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욕실이라면 배수구에 물 1L 이상을 충분히 부어 트랩 내부를 다시 채워준다. 이것만으로도 하수 가스가 역류하는 경로가 막힌다. 매일 사용하는 욕실이라면 샤워할 때마다 봉수가 자동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샤워가 끝난 뒤 배수구 위에 남은 머리카락을 바로 제거하고 물을 조금 더 흘려보내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머리카락이 쌓이면 유기물이 달라붙을 표면이 넓어져 바이오필름이 더 빠르게 자리를 잡기 때문에, 이 10초짜리 습관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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