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오너 일가 중심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업계는 창업 1세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3·4세가 대표이사 또는 핵심 보직에 오르면서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별로 대표이사 체제 변경, 임원 교체, 지분 승계 작업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세대교체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젊은 수장들은 약가 인하의 타격과 급변하는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수익성 개선과 사업 다각화 등 무거운 과제 앞에 놓였다.
<뉴스락>은 중견 제약사의 세대교체 흐름과 사업 전략 재편 방향을 짚어봤다.
세대교체 직후 올라선 '시험대'... 리스크 해소·수익성 개선 등 과제 부상
세대교체 이후 몇몇 제약사는 리스크 해소와 신사업 발굴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오너들이 세대교체가 일단락된 이후 숨 돌릴 틈 없이 실적과 체질 개선을 동시에 요구받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화약품은 오너 4세 윤인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임원 물갈이와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등기·미등기 임원 약 30%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전략·연구·홍보를 담당하던 이인덕 부사장, 황연하 상무, 이택기 이사 등이 물러났고, 대신 구형모 전무와 노웅호 상무 등 베트남 사업 인력과 조영한 전무(생활건강), 박희범 이사(OTC 마케팅) 등이 합류했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06억원을 기록한 베트남 약국체 중선파마의 수익성 개선과 생활건강·일반의약품 부문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대표는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입사 후 12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회사는 현재 유준하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 중이다.
일양약품은 회계 이슈 이후 경영 체제를 재정비했다.
회사는 중국 법인 회계 처리 기준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제재를 받은 뒤 기존 공동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말 오너 3세 정유석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증선위 제재 이후 일양약품은 한국거래소에 의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홍역을 치으나, 지난달 상장 유지가 결정되면서 거래도 정상화됐다.
이후 회사는 ‘놀텍플러스미니정’ 발매, ‘슈펙트’ 중국 품목허가 추진, 백신공장 가동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며 실적 회복과 성장 기반 확보에 나선다.
다만 회계 리스크 이후 내부 통제와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보령은 지난해 초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이후 장 전 대표는 휴젤로 떠났다.
회사는 단독 대표 체제 전환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로, 지난 2022년 대표 취임 후 사업구조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기존 제약 사업 외에 우주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령은 2022년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기업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전환우선주를 취득했으며, 2023년에는 합작법인(JV)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최근 보령은 미국 워싱턴 D.C. 로펌 K&L 게이츠와 계약을 맺고 로비활동을 등록했으며, 이슈 코드를 항공우주(AER)·제약(PHA)·과학(SCI)으로 설정했다.
주요 로비 의제는 ‘우주에서의 제약 및 생명과학 연구’로, 일반적인 의약품 인허가 대응이 아닌 우주 산업 관련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독대표 확대 vs 공동대표 유지... 경영 체제 선택 갈림길
일부 기업은 세대교체 이후 단독 대표 중심 재편과 공동대표 체제 유지로 나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약품과 진양제약은 최근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했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말 남영우·남태훈 각자대표 체제를 종료하고 남태훈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남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하며 오너 3세 중심의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회사는 점안제 생산라인 확충과 개량신약 중심 연구개발, 글로벌 안과 파트너십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진양제약은 지난해 10월 최윤환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이후 오너 2세 최재준 대표 단독 체제를 구축했다.
과거 회사는 공동대표 체제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번 인사를 계기로 단독대표 체제가 정착된 모습이다. 회사는 당뇨병 개량신약 'JY303'의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제일약품과 삼진제약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3월 한상철 대표와 전문경영인 성석제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오너 3세인 한 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통해 회사의 성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그가 설립을 주도한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개발된 P-CAB 계열 신약 ‘자큐보’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큐보는 올해 1분기 처방액 2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7.6% 성장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오너 2세인 조규석·최지현 대표를 각자대표로 선임하며 경영 체제를 이원화했다. 조 대표는 경영관리·재무·생산을, 최 대표는 영업·마케팅·R&D를 맡아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이 같은 체제는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각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안정적인 재무 기반과 생산 효율화를 담당하는 축과, 시장 확대 및 신약·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축을 분리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 사업 구조 재편과 함께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 외 신규 사업 발굴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분·이사회·경영 참여로 이어지는 승계... 지배력 재편 가속
세대교체는 체제 개편을 넘어 지분 이전과 경영 참여 확대의 형태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원제약은 형제 공동경영 구조 속에서 3세 승계 구도가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회사는 고(故) 백부현 회장의 장남 백승호 회장(지분 9.63%)과 차남 백승열 부회장이 공동 경영해왔으며, 현재는 백승열 부회장이 지분 11.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 있다.
이 가운데 3세들의 경영 참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백승호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사장이 본사인 대원제약을 맡고 있으며,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 백인영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관계사인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다만, 에스디생명공학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만큼 백인영 대표의 턴어라운드 성과가 대원제약 내 승계 구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휴온스그룹은 오너 3세의 이사회 진입과 지분 확보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그룹 내 지배력 상승과 승계가 차분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보유 중이던 휴온스 주식 36만750주를 장남인 윤인상 부사장에게 증여했으며, 이에 따라 윤 부사장의 지분율은 0.37%에서 3.38%로 확대됐다.
현재 휴온스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이며, 개인 주주 기준으로는 윤 부사장의 지분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음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차바이오그룹은 오너 2세 차원태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차바이오텍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차 부회장은 미국 할리우드차병원 최고운영책임자(COO), 차 의과학대학교 총장 등을 거치며 그룹 내 주요 보직을 수행해왔다.
그룹은 차 부회장 체제 아래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제약업계 세대교체 흐름을 두고 “지위 승계는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성과·지배구조·규제 대응력 등 실질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단계”라고 진단한다.
대부분 기업이 후계체제를 구축했지만, 일부는 회계 이슈·실적 부진·주가 부진 등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향후 경영 성과가 세대교체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른 대응과 수익성 확보 전략 마련도 '젊은 오너'들에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세대교체의 성패는 지배구조 안정뿐 아니라 수익성 방어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역량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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