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이 보조금을 국가 전략 수단으로 본격 동원하는 '산업정책 경쟁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한국도 WTO 체제 하의 소극적 · 간접적 지원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 직접 보조금 투입과 상계관세 적극 활용 등 공세적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쏟아졌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21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제7회 국회미래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산업지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주요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직접 지원 확대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개회사에서 김기식 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WTO 시대의 소극적 · 간접적 산업지원 정책을 직접적 차원으로 전환하고, 국내 전략 산업 보호를 위해 상계관세 등 방어 수단 역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진성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축사를 맡아 정 · 재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국회가 한발 앞서 산업 정책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의 의견이 입법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국회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각국 정부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핀포인트'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조금, '시혜'에서 '전략적 투자 유도 수단'으로
발제에 나선 김계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글로벌 상황을 안보·공급망·기술패권 경쟁이 하나로 결합한 새로운 국면으로 규정하며, 미국 · EU · 중국 등 강대국들이 보조금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전면 동원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우리나라 산업지원 정책은 R&D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지출 수준조차 OECD 평균을 밑돌아 글로벌 보조금 경쟁 시대에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을 단순한 시혜적 지원이 아닌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투자 유도형 수단'으로 재설계하고, 보조금 · 금융 · 규제를 동시에 결정하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반도체 · AI ·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세지원 중심에서 보조금 중심의 전략적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복영 경희대학교 교수는 무역구제 조치의 전략화를 촉구했다. 박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적 무역구제 조치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상계관세 피소 건수는 많은 반면 제소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예외적 위치에 놓여 있다"며 방어 일변도의 현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철강 · 반도체 · 전기차 ·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무역위원회 직권조사 규정 도입과 전담 인력 · 예산 확충을 통해 상계관세를 통상 협상의 강력한 전략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여야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희철 기획재정부 산업중소벤처예산과장, 박태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가 패널로 나서 보조금의 전략적 활용 방안과 상계관세 제도 정비, 산업지원 정책의 전환 방향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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