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시티: 챔스 탈락으로 족쇄 풀린 과르디올라, 홀란드와 돈나룸마를 앞세운 파괴적인 역전 우승 정조준.
- 아스날 FC: 2연패로 드러난 시스템의 균열, 우아한 전술보다 승점 3점을 챙기는 '진흙탕 꾸역승'이 절실한 시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캐릭 대행의 실용주의로 3위 안착, 리버풀의 우승 꿈을 깨뜨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포일러.
- 아스톤 빌라: 제이든 산초의 부활과 에메리의 낭만 축구, 최종전 맨시티 원정에서 왕좌의 주인공을 결정지을 키맨.
프리미어리그에서 절대적인 1위는 없다. 2026년 4월 20일 현재, 리그 종료까지 5~6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우승 트로피가 향할 곳 누구도 알 수 없다. 감독의 아집과 유연성, 스쿼드의 두께, 피 말리는 유럽 대항전 일정이라는 복합적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트로피의 향방을 가를 4팀의 현재 상황을 분석한다.
1. 맨체스터 시티, 유일한 적은 피로
유럽 대항전의 족쇄를 벗어던진 펩의 기계는 이제 프리미어리그 왕좌만을 향해 무섭게 질주한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맨체스터 시티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시제는 현재다. 시즌 초반의 부침이나 과거의 영광은 중요하지 않다. 펩 과르디올라의 팀은 4월이 되면 본능적으로 사냥꾼으로 돌변한다. 어제 아스날전 2-1 역전승은 이 팀이 가진 우승의 DNA가 무엇인지 증명한 경기였다. 펩 과르디올라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이겼다고 했지만, 펩 체제 아래 맨시티는 언제나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었다. 전술적으로 맨시티는 리그 내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포지셔널 플레이를 구사한다. 지난 9월 PSG에서 합류한 잔루이지 돈나룸마는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반사신경으로 안정감을 부여했다. 중원에서는 티자니 라인더르스의 전진 패스와 필 포든의 플레이메이킹이 결합하고, 전방에선 엘링 홀란드가 상대 센터백을 묶어둔다. 번리, 에버턴, 브렌트포드, 본머스, 팰리스, 아스톤 빌라로 이어지는 잔여 6경기의 난이도도 최상위권 경쟁자 중 가장 낮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아스날을 3점 차로 쫓고 있기에, 자력 우승의 키는 맨시티가 쥐고 있다. 지금 시티를 가장 위협적인 우승 후보로 만드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이다. 매년 봄마다 이 팀의 햄스트링을 갉아먹던 유럽 대항전 병행이라는 무거운 족쇄가 풀렸다. 주중 경기 없이 사흘, 나흘간 체력을 온전히 비축한 뒤 프리미어리그 한 곳만을 정조준하는 과르디올라의 기계는 그 어느 때보다 파괴적이다.
2. 아스날 FC, 완벽주의의 함정
아르테타와 아스날에 필요한 건 화려한 패스워크보다 승리를 쟁취하는 야성이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아스날은 아직 선두다. 이 명백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70점이라는 승점은 겨울 내내 그들이 보여준 우아하고 통제된 축구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4월의 프리미어리그는 우아함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정글이다. 본머스전 1-2 패배에 이은 에티하드 원정 1-2 패배. 치명적인 2연패는 아스날의 완벽했던 시스템에 뚜렷한 균열을 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축구는 극도로 고도화된 약속의 산물이다. 외데고르의 압박, 데클란 라이스의 커버 범위, 윌리엄 살리바의 라인 컨트롤은 기계처럼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이 약속된 플레이가 막혔을 때, 벤치에서 꺼내들 '플랜 B'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잔여 5경기(뉴캐슬, 풀럼, 웨스트햄, 번리, 팰리스)의 대진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일정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4월과 5월 리그 막바지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를 상대해야 한다. 아스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3-0의 화려한 승리가 아니다. 진흙탕에서 뒹굴고 경기력이 최악인 날에도 기어코 1-0 억지 승리를 만들어내는 수비적 실리다.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잿더미에서 건져낸 실리
캐릭 체제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한 맨유의 시계, 이제 그들은 타 팀의 우승 시나리오를 찢어버릴 준비를 마쳤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정직해지자. 1위와의 격차 12점, 남은 5경기. 수학적 우승 가능성만 남았을 뿐,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미 폐기됐다. 현재 맨유의 리그 승점은 58점이다. 하지만 2026년 봄의 맨유를 단순히 '우승 탈락 팀'으로 묶어두는 건 이 팀의 극적인 반전을 절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맨유의 시계는 지난 1월 루벤 아모림 감독이 경질되면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소방수로 등판한 마이클 캐릭 대행은 아모림의 실험적인 전술 대신 철저한 실용주의를 택했다. 캐릭 체제에서 맨유는 12경기 중 8승을 거두며 3위에 안착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스쿼드의 변화다. 바르셀로나로 떠난 마커스 래시포드와 나폴리로 임대된 라스무스 호일룬의 공백을 베냐민 세슈코와 브라이언 음뵈모 등 새로운 동력이 완벽히 메우고 있다. 어제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첼시를 상대로 거둔 1–0 승리는 캐릭의 유나이티드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기였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복귀라는 현실적 목표를 9부 능선까지 달성한 이들에게 남은 미션은 하나다. 잔여 일정 중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릴 리버풀전. 우승 레이스 한복판에 있는 팀을 가장 잔인하게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최적의 스포일러가 바로 지금의 유나이티드다.
4. 아스톤 빌라, 에메리의 위험한 낭만
에메리가 설계한 위험한 낭만, 아스톤 빌라는 시즌 최종전에서 2026년 프리미어리그의 주인공을 낙점할 것이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아스톤 빌라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그리고 있다. 어제 선덜랜드전에서 보여준 3–1 리드, 3–3 동점 허용,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4–3 극장골은 빌라의 현주소를 요약한다. 제3자에겐 완벽한 오락 영화지만, 4위 수성을 노리는 입장에선 매 경기 수명이 단축되는 줄타기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지난 2024년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이후, 빌라를 빅6를 위협하는 고정적인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맨유에서 임대로 데려온 제이든 산초의 부활과 하비 엘리엇의 가세는 빌라의 공격진에 다채로운 결을 더했다. 비록 최근 리그에서 다소 주춤하며 3위 맨유를 추격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은 이 팀의 저력을 증명한다. 빌라의 낭만은 이제 최종 시험대에 오른다. 잔여 5경기의 지뢰밭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즌 최종전인 맨시티 원정이다. 만약 5월 24일까지 우승 향방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에메리의 빌라는 시티의 가장 껄끄러운 장애물이 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향한 4위 사수와 타 팀의 우승 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열쇠를 쥐고, 빌라는 에티하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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