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K뷰티가 ‘영문 패키지’라는 세련된 옷을 입는 사이 국내 소비자의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화장품법이 규정한 국문 표기 의무를 무색하게 만드는 ‘영어 중심 마케팅’이 확산하면서,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부작용 리스크와 안전 사각지대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모습이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일부 K뷰티 제품이 전성분, 사용법, 사용상 주의사항 등 핵심 정보를 외부 포장이나 별도 스티커에 기재하고, 정작 실제 사용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본품에는 영어 중심 표기를 적용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표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사용 과정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다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법상 제품에는 전성분과 사용상 주의사항 등을 국문으로 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외부 포장이나 라벨을 통해 이를 기재하는 방식이 활용되면서, 본품 기준으로는 영어 표기가 중심이 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표시 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실제 정보 전달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성분과 사용상 주의사항은 알레르기나 피부 자극 등 부작용 예방과 직결되는 정보다. 그럼에도 해당 정보가 실사용 단계에서 즉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대응도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감성 피부 소비자나 임산부, 영유아 보호자 등 고관여 소비층일수록 이런 영향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에 정보가 표시돼 있더라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성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피부 트러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유통 제품의 경우 이를 한국어로 표기하도록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의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보 비대칭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제품은 국내 기준에 따라 유통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접하는 정보는 영어 중심으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영문 중심 패키지가 디자인 완성도나 프리미엄 이미지, 외국인 관광객 대응 전략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정보 접근성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 구조 측면에서는 표시 방식과 소비자 체감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 포장이나 라벨을 통해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이 활용될 경우 규정 준수 여부와 실제 정보 활용 가능성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포장은 개봉 직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 복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세페이지에는 한글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실제 수령한 제품의 본품에는 해당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사용 과정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실제 사용 단계에서 정보 접근이 가능한 구조인지 여부까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해외 직구 제품을 둘러싼 정보 공백 문제도 거론된다. 직구 화장품은 정식 수입 제품과 달리 한글 표시 의무와 국내 안전 관리 체계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전성분이나 사용상 주의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사후 관리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상 동일 제품이라도 유통 경로에 따라 정보 제공 수준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 적용 측면에서는 표시 기준 충족 여부와 함께 소비자의 실제 인지 가능성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시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제품에 대한 오인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표시·광고 측면에서 판단이 이뤄질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법 여부는 본품, 외부 포장, 라벨, 온라인 정보 등 전체적인 표시 방식과 소비자 인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상 소비자가 해당 정보를 실제로 인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표시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별 사안에 따라 제재 가능성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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