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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2월 자산운용 지침을 다시 수립하면서 2028년까지 달러 자산 비중을 9.8%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새로 설정했다. 예보는 외화예금 증가와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 내 달러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당초 2027년까지 전체 기금의 10%를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으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자산운용 지침을 다시 수립하면서 목표 시점은 사실상 뒤로 밀렸다. 목표 수준은 유지됐지만 달성 시점은 사실상 1년가량 뒤로 밀린 구조다.
문제는 실행이다. 예보는 초기 약 50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입하고 이후 일부 추가 매입에 나섰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로는 신규 달러 자산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보유 규모는 약 58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예보기금 약 19조원 대비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목표치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고환율이다. 환율이 높은 구간에서 달러를 매입할 경우 향후 환율이 하락했을 때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미국 국채 매입은 환율뿐 아니라 금리 등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현재와 같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매입 시점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운용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예보의 달러 자산은 특정 목표 비중을 의무적으로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된다. 올해 기준 허용 범위는 약 1.3%에서 8.4% 수준으로, 현재 3% 수준은 이미 이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즉 목표 비중에 미달하더라도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아도 운용상 문제는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목표는 존재하지만 실제 자산 확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사실상 유보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목표 비중이 있다고 해도 강제적으로 맞춰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시장 상황이 불리하면 매입이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환율이 오를수록 대응이 늦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포트폴리오 구조도 외화 자산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보기금 운용 자산의 대부분은 채권 등 원화 자산에 집중돼 있다. 실제 채권 비중이 15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등 운용의 중심이 원화 자산에 맞춰져 있어 외화 자산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기업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되며 외화예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 시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이 나오며 달러 공급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이 달러를 팔면서 균형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달러를 쌓아두려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환율이 내려가면 오히려 매수 수요가 붙으면서 하단이 지지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환율 환경에서는 외화 수요가 커지지만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은 오히려 작동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낮을 때는 외화 자산 확대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환율이 높을 때는 매입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외화 리스크 대응 체계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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