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87년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직접 쓴 협상 원칙이다. 그런데 정작 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본인이 이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CNN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째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협상 타결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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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모든 요구 수용”…허위 주장에 협상단 당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핵 물질 인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 테러 지원 중단 등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란이 즉각 부인하면서 허위 주장으로 드러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엄청난 폭탄”을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이 일련의 행보는 그가 협상 타결에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CNN은 트럼프 측근 일부가 “그의 공개 발언이 협상에 해롭다”고 사적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농축 우라늄 인도에 이란이 합의했다는 허위 주장은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이란 협상 대표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1기 때 암살한 이란 군 사령관…반세기 불신의 벽
이번 협상이 어려운 배경에는 양국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한다. 약 50년에 걸친 적대 관계는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과 미국 군함의 이란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 등을 포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중 이란의 군 최고사령관을 암살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란 핵 시설을 폭격했다.
이란 역시 만만치 않은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 상업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차단하며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이란이 이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해협 봉쇄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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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로 치르는 ‘최초의 전쟁’
CNN은 이번 전쟁을 “소셜미디어로 치러진 최초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결과 발표, 이란 문명 붕괴 경고, 평화 선언까지 모두 소셜미디어로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TV에 나와 아직 만나지도 않은 합의를 자랑하지 않았듯, 이는 전례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란 협상 대표이자 의회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상상 속에서 이 협상 테이블을 굴복의 자리로 만들거나 새로운 전쟁 도발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주말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억류된 미군 조종사 구출 작전 상황 보고 자리에서 배제됐다고 전했다. “그의 조급함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트럼프 없이 열린다
2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2차 종전 협상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란 측 협상단의 급이 국가원수급에 미치지 못해 의전상 맞지 않거나 안보 문제가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지면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오는 22일 만료 예정인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압박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되지만, 이란 측에 협상 불참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화 협상, 특히 핵 농축·원심분리기·사찰 등 기술적으로 복잡한 사안이 걸린 협상은 오랜 비공개 접촉과 신뢰 구축 과정을 필요로 한다. CNN은 “양측 모두 자신이 뭔가를 얻었다는 명분 없이는 타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압박은 좀처럼 통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로 협상 과정을 공개적으로 떠들어대면 더욱 어렵게 된다”고 짚었다.
결국 관건은 트럼프 특유의 방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다. CNN은 “만약 거래의 기술이 통해서 이란의 위협을 종식시킨다면, 그것은 어떤 현대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트럼프의 스포트라이트 집착이 그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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