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제일제당 ESG경영 활동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사업을 전개하는 현지 법인 '슈완스 컴퍼니(이하 슈완스)'의 일부 협력사와 관련된 인권 관련 부정적 이슈 때문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슈완스와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 중 일부는 아동 착취 혐의로 피소되며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국내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국내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작 해외에선 인권을 외면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CJ제일제당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K-푸드의 세계화 위상에 걸맞은 파트너사 관리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미래 캐시카우 美슈완스, '아동 노동착취' 논란 기업과 동행에 국제사회 시선
CJ제일제당은 미국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CJ제일제당➞CJ푸드아메리카홀딩스➞슈완스 컴퍼니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춰놓은 상태다. 이를 통해 만두, 롤, 치킨, 김치 등 글로벌 전략제품(GSP)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 법인에 대한 영향력을 끌어올리며 사업 확장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지난 2019년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회사인 슈완스 지분 70%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의 지분 조정 과정을 거쳐 지분율을 75.5%까지 높였는데 올해 초 이사회를 열고 슈완스 창업자 가문이 보유했던 잔여 지분 24.5%를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슈완스는 CJ제일제당의 100% 연결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이 미국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위기'에 따른 내수 시장의 한계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연결)은 5조924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국내 매출액(5조5974억원)을 앞질렀다. 해외 매출의 80% 이상은 슈완스에서 발생했다. 슈완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4조9132억원, 당기순이익 2267억원 등이었다. 미국 시장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에 악재가 될 만한 사안이 등장해 여론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네소타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곡물 기업 '카길(Cargill)'을 둘러싼 '아동 인권 탄압' 이슈가 협력사인 슈완스는 물론 모기업인 CJ제일제당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그동안 카길과 슈완스는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두 기업의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돈독해졌다. 슈완스는 2022년 카길과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인 '마이플라스 USA(Myplas USA)' 설립을 위한 공동 투자를 진행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두 기업이 공동으로 차세대 단백질 혁신 프로젝트 '프로테인 카탈리스트(Protein Catalyst)'를 발족하기도 했다.
문제는 슈완스와 갈수록 점접이 늘어나고 있는 카길이 강제 노역 등 인권 탄합 논란으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을 수십년째 받아온 기업이라는 점이다. 미국 대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말리 출신 남성 6명은 아동 시절 카길의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장으로 팔려가 하루 12~14시간 동안 무임금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며 카길을 상대로 인신매매 및 강제 노동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소송은 약 15년간 이어졌는데 핵심 쟁점은 '미국 법원에 관할권이 있는 지' 여부였다. 결국 2021년 6월 미국 대법원이 "인권 침해가 발생한 장소가 미국 밖이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소송을 기각하면서 카길은 법적 처벌은 피했다.
그러나 당시 국제엠네스트, 휴먼 라이츠 워치 등 세계 주요 인권 단체들은 "해외에서 아동 노동 착취를 묵인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카길이 비슷한 사안으로 미국 밖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고조됐다. 2023년 9월 브라질 바이아(Bahia)주 노동법원 제1심은 카길 브라질 법인을 대상으로 60만헤알(한화 약 1억5000만원)의 도덕적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카길이 저렴한 원료 확보를 위해 브라질 코코아 농장에서 발생한 아동 노동 착취를 방치했다는 게 판단의 배경이었다.
특히 당시 재판 과정에서 카길은 "수많은 농장으로부터 원료를 구매하는 구조상 말단의 아동 노동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해 브라질 현지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카길은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상급 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길은 브라질정부의 '더러운 명단(Dirty List)'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명단에 오를 경우 카길은 브라질 개발은행(BNDES)을 포함한 모든 브라질정부 산하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대출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명단에 오른 기업의 제품은 국제노동기구(ILO)와 UN 등으로부터 '노예 노동 생산물'로 간주돼 유럽이나 미국 시장 수출 시 통관 거부나 집중 조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선 ESG경영, 해외에선 '인권 유린' 기업과 동행…"말 뿐인 ESG, 역풍 우려"
슈완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브라질의 육가공 기업 JBS 역시 인권과 관련된 부정적 이슈로 현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JBS는 슈완스의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미네소타주에 미국 생산 공장 'JBS워딩턴'을 두고 현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JBS워딩턴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돼지고기 처리 공장으로 지역 내 식품 제조사들에 베이컨, 햄, 소시지용 원료육 등을 납품하고 있다.
슈완스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고용경제개발부(DEED)의 남서부 미네소타 민간산업협의회(SW MN PIC)가 작성한 운영 계획서에 따르면 JBS 워딩턴과 슈완스는 남서부 미네소타 민간산업협의회 이사회가 설립한 형평성 위원회(Equity Committee)의 파트너사로 ▲고용 불균형 해소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피드백 수렴 및 참여 유도 ▲조직의 문화적 역량 평가 및 개선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JBS와 슈완스 마셜 본사·공장은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JBS 역시 카길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인권 관련 부정적 이슈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미국 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월 JBS워딩턴 사업장에서 아동 인권 외면 사실이 포착됐다. JBS 사업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소속 13~17세 미성년자 100여명은 야간근무에 투입된 것도 모자라 고압 세척기나 육류 절단용 톱 등 위험 기계를 청소하고 유해 화학 물질을 다루는 가혹한 노동 환경에 내몰렸다. 그 과정에서 일부 아동 노동자들은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아동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이었지만 JBS도 관리 부실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JBS는 지난해 8월 브라질에서도 인권 외면 논란에 휩싸였다. 브라질 노동부에 따르면 브라질 노동 조사관들이 JBS의 가금류 자회사인 'JBS아베스(JBS Aves)'의 하청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10명의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현대판 노예를 연상케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다. 심지어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깨끗한 식수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JBS 품질 기준 미달'로 폐기 판정을 받은 닭을 식사로 배급받기도 했다. 브라질 노동부는 JBS아베스를 노동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했다.
당시 사건의 재판을 맡은 브라질 연방법원의 카타리나 로베르타 판사는 지난해 12월 'JBS아베스'를 '더러운 명단(Dirty List)'에 등재할 것을 명령했다. 그는 원청 업체인 JBS아베스가 공급망 내 노동 환경을 감독할 의무를 저버리고 이를 묵인·방치한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해당 사건은 현재 루이스 마리뉴 브라질 노동부 장관이 이례적인 행정 권한을 행사해 명단 등재를 저지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만약 등재가 확정될 경우 JBS는 브라질 개발은행(BNDES)을 포함한 모든 국영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주목되는 점은 슈완스의 모기업인 CJ제일제당은 이미 협력사의 인권 탄압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른 과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지적 장애인 등을 감금하고 무임금 강제 노동을 시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CJ제일제당의 '백설 오천년의 신비 천일염' 제품 원료를 납품하던 업체 일부가 당시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기업들의 인권 경영을 감시하는 국제기구 '비즈니스 및 인권 자원 센터'(BHRRC)는 "CJ제일제당은 국제무대에서 윤리 경영(ESG)을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 내 공급망의 노예 노동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며 "글로벌 기업의 인권 실사 의무를 저버린 행위이자 그들이 내세우는 윤리 경영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고 꼬집었다.
CJ제일제당 미국 현지 법인인 슈완스가 아동 노동착취 및 강제 노역 논란이 끊이지 않는 카길, JBS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행보에 대해서도 국내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소속 강지윤 변호사는 "슈완스가 인권 외면 문제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의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다"며 "원청기업에 협력사 전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스탠다드다"고 꼬집었다.
강 변호사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돼 2029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업인권환경실사법(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과 같이 원청 기업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CJ제일제당은 과거 국내 공급망에서 발생한 인권 이슈로 이미 치명적인 신뢰도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아동 노동 및 강제 노역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것은 기업 차원의 '학습 효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ESG 경영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생존 전략이자 법적 책임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슈완스가 글로벌 캐시카우를 넘어 진정한 K-푸드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려면 파트너사의 인권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검증하고 관리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CJ제일제당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반론을 요구했지만 관련 업무 담당자는 "해당 내용을 확인 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끝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