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씨 하나 묻고 – 윤복진
봉사 나무
씨 하나
꽃밭에 묻고,
하루 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
아침 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
[서평 talk]
윤복진의 「씨 하나 묻고」는 아주 짧은 서술 속에서 기다림의 의미를 되묻는 시다. 단순한 행동 하나를 통해 인간의 조급함을 드러내고, 그 이면의 태도를 조용히 비춘다.
시의 시작은 ‘씨를 묻는 일’이다. 씨를 심는 행위는 곧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자라기까지 보이지 않는 과정을 견뎌야 하는, 기다림의 행위다. 그러나 시 속의 화자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하루 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라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이다.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확인하려는 마음이 앞선다. 심어 놓고도 믿지 못하는 태도,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어지는 “아침 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라는 반복은 그 조급함을 더욱 강조한다. 하루도 아닌, 아침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확인하려는 모습이다. 이 반복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습관을 상징한다.
이 시는 특별한 교훈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짧은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씨는 왜 자라지 않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기다리지 못하는가를 묻는다.
윤복진의 「씨 하나 묻고」는 작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시간과 신뢰의 가치를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과정을 믿는 일,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일깨운다.
이 시는 말한다.
성장이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을
끝까지 기다리는 데서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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