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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부장검사 이상혁)는 21일 전 관세청 서울세관 수사팀장 A(49)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권 남용을 통한 조직적 부패 범죄를 직접 수사해 실체를 규명한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마약밀수사범 및 관세법위반사범 등 5명으로부터 불구속 수사·사건 무마 명목으로 합계 1억4500만 원을 수수했다. A씨는 가상화폐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사권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A씨는 먼저 담당 사건 피의자의 주거지·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직업·가족관계·재력 등을 파악한 뒤,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구속 또는 거액의 벌금 부과 가능성을 들어 피의자 측을 겁박했다. 이후 파악한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구체적 범행을 보면 A씨는 2023년 9월 코카인 밀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B씨와 그 아버지 중소기업 회장 C(69)씨에게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해 수수하고 실제로 B씨를 석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합성대마 매매 혐의 피의자 D씨의 어머니이자 전 대학교수 E(70)씨으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2024년 1월에는 합성대마 밀수 혐의로 체포한 F씨의 아버지로부터 5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했다. 같은 해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의류수입업체 운영자 G씨에게 관세포탈로 세금·벌금이 수억 원 부과될 것이라며 사건 무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요구하고, H씨로부터 1500만원, I씨로부터 1000만원을 각각 받았다.
검찰은 뇌물공여자인 C씨과 E씨도 이날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D의 아버지는 뇌물 공여 후 사망해 인지하지 못했고, H·I씨는 관세포탈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내사 종결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번 수사는 관세청이 단순 뇌물요구 혐의만으로 A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025년 5월 수사에 착수해 A씨의 주거지와 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후 통화내역·발신기지국 확인, 금융계좌 추적(압수수색영장 5회 청구) 등을 통해 추가 범행을 특정했다.
A씨는 지난 2월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이날 추가 범행까지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담당했던 다른 사건들과 그 기간 계좌거래내역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A씨의 상사·동료 직원들은 장기간에 걸친 불법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해 내부 공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의 사건 관리 시스템 허점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경미한 미신고물품수입 혐의로 내사를 진행하면서 피의자들에게 관세포탈로 10억원대 세금·벌금이 나올 것이라고 겁박해 금원을 수수했음에도, 해당 사건들의 내사결과보고서에는 관세포탈 혐의 수사 진행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검찰에 보고도 없이 자체 종결됐다. 현행 규정상 내사 종결 시 검찰에 보고하는 규정이 없어 검찰은 사건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 지휘·감독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소청법이 통과된 이후 특별사법경찰관이 체포·구속 이후 검사의 지휘 없이 임의로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별건 혐의를 무분별하게 내사·종결하는 수사권 남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감독·통제 장치 마련과 사건 관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고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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