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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정보분석 소프트웨어(SW) 업계 강자인 팔란티어와 위성 네트워크 ‘스타실드’를 통해 정찰 및 통신을 담당하는 스페이스X, 공중·해상 드론과 대드론 무기를 개발하는 안두릴 등 이른바 ‘네오프라임’(neo-primes) 3인방과 밀착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5만달러짜리 이란 드론을 100만달러짜리 미사일로 요격하는 비효율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미 국방부는 기존 ‘프라임 계약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안주해 비효율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터라, 비싼 레거시 무기 대신 값싸고 빠르게 개량되는 새 시스템에 눈을 돌리게 됐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이자 전직 실리콘밸리 임원인 에밀 마이클은 “신규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면 기존 업체 몫의 사업을 일부 가져갈 것”이라며 “전쟁 역학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부터 조짐은 있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스페이스X 텍사스 기지에서 새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하며 “머스크식 속도로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팔란티어의 AI 지휘통제 시스템 ‘메이븐’(Maven)이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됐고, 미 육군은 안두릴과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기존 ‘빅3’ 역시 여전히 절대 강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3사의 매출 합계가 신흥 3사의 약 8배에 달하며, 록히드마틴이 주도하는 F-35 스텔스기 사업 한 건만 해도 2조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자본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신흥 3사 합산 기업가치가 빅3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고, 매출 20억달러에 적자 상태인 안두릴은 600억달러 가치로 자금을 조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태세 전환과 맞물려 자율 전투기 조종 AI를 만드는 쉴드AI, 해상 드론업체 사로닉 등 2군 스타트업에도 벤처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 예산을 현행 대비 40% 이상 늘려 1조 5000억달러로 확대하려는 계획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예산 증액에는 드론, 대드론, AI 분야 투자가 포함돼 있다. 다만 전체 조달 예산 중 스타트업 몫은 현재 1~2% 수준으로, 향후 점진적 확대가 예상된다.
펜타곤이 신흥 3사를 우대하는 핵심 이유는 계약 구조다. 빅3는 원가 보전에 마진까지 얹어줘야 해서 비용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신흥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체 부담하되 기간·예산 내 납품 시 두툼한 마진을 챙기는 ‘고정가’ 계약을 선호한다.
속도도 빨라졌다. 애리조나 스타트업 스펙트레웍스가 자폭 드론 ‘루카스’(LUCAS) 시제품을 공개한 지 8개월 만에 미군이 이를 이란전에서 실전 배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루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Shahed)를 역설계한 모델이다.
일각에선 스타트업 중심 재편 과정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감당 못 할 만큼 사업을 빠르게 키우다가 좌초할 위험이 있는 데다, 미 국방부가 특정 업체 시스템에 종속될 수 있어서다. 드론에 매몰돼 중국과의 장기 분쟁 발생시 필요한 전통 무기체계가 후순위로 밀릴 위험도 거론된다.
트럼프 가문과의 유착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팔란티어 주가가 공매도 공격에 흔들리자 트루스소셜에 종목코드까지 적시하며 옹호했고,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안두릴 투자사 1789캐피털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이는 정권 교체 후 기업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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