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논란이 개막 두 달여를 앞두고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JTBC가 20일 KBS와 중계권 재판매 합의에 이르면서, 이번 월드컵은 종합편성채널 JTBC와 공영방송 KBS에서 함께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막판 협상 타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2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파장이 남긴 후폭풍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합의의 의미는 단순한 방송사 간 거래를 넘어선다. JTBC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는 당시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를 중심으로 “국민적 관심 행사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 논란을 키웠다. 이후 시민사회 비판이 잇따랐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적 행사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월드컵 중계권 문제는 개별 사업자 간 협상 차원을 넘어 공공성과 제도 개편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KBS의 선택은 수익성보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앞세운 결정으로 읽힌다. KBS는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도 JTBC의 최종 제안 금액을 수용했다. 월드컵 준비에 통상 1년가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도 촉박하다. 그럼에도 KBS가 협상에 응한 것은 동계올림픽 당시 불거진 시청권 훼손 논란을 월드컵에서 되풀이할 수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영방송으로서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명분 역시 외면하기 어려웠다.
JTBC 역시 이번 합의로 적지 않은 부담을 덜게 됐다. JTBC는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5~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뒤 지상파에 재판매를 추진했지만, 동계올림픽에서는 협상 결렬로 단독 중계에 나서야 했다. 그 과정에서 “독점 상품화” 비판을 정면으로 받았고, 지상파와는 뉴스 영상 사용 조건과 보도량을 둘러싼 공방까지 벌였다. 이번 KBS와의 합의는 월드컵을 앞두고 보편적 시청권 침해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동시에, 동계올림픽 때와 같은 여론 악화를 피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논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14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중계권료가 적정했는지, 공적 성격이 강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민간 협상에만 맡겨두는 현 구조가 타당한지는 여전히 남은 쟁점이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 관심 행사에 대해 독점 중계를 제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구가 추가 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방미통위도 시민간담회를 열어 ‘이벤트 리스트’ 제도, 재판매 기준 마련, 사전 승인제 도입 등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중계 합의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KBS의 참여로 당장 국민 접근성은 넓어졌지만, 이는 방송사 한 곳의 결단으로 봉합된 임시 해법일 뿐 구조적 해법은 아니다. MBC, SBS와의 추가 협상 결과도 변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를 시장 논리만으로 배분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재적 성격을 반영한 별도의 제도 틀 안에서 다룰 것인지다.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던진 파문 끝에 북중미 월드컵은 이제 보편적 시청권 제도화의 첫 시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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