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80조92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잔액인 699조9081억원과 비교해 18조9845억원 줄어든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자금 예치에 따른 이자가 0%대에 불과해 자본시장 흐름에 따라 요구불예금도 증감하는 편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요구불예금이 다시 감소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자금 이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금이 다시 자본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요구불예금이 크게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요구불예금은 이자 부담이 적어 평균 조달비용을 낮추는 핵심 수단이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게 되면 은행은 은행채 발행이나 고금리 예금 확대 등 조달 비용이 높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결국 이 같은 부담은 기업 등 대출이 필요한 차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조달비용 상승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대출 금리 부담은 이미 가중되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국채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요동치면서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지난 2월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4.20%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0.04%p 오른 4.13%,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0.07%p 상승한 4.28%로 전반적으로 대출 금리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59조773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조483억원 증가했다.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서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 확보 수요로 인해 대기업(14)과 중소기업(28) 모두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상환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며, 단순한 금융지표 악화를 넘어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비중이 줄어들면 평균 조달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대내외 여건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운 만큼 대출금리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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