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축구에서 수비 형태를 크게 분류하면 스리백과 포백으로 나눌 수 있다. 명칭은 유사하지만 결코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형태에 따라 위치 선정, 수비 방식, 압박 타이밍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만큼 전형 변화는 높은 완성도를 요한다.
올 시즌 FC안양은 스리백과 포백 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동계부터 준비한 유병훈 감독의 세심한 경기 플랜이 바탕이 됐고 여기에 정통 센터백 김영찬의 존재가 더해지면서 전형 변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안양은 포백을 활용할 때 권경원과 이창용 조합을 우선시했다. 통상적으로 센터백 조합을 짤 때 빌드업과 수비 리딩력을 갖춘 ‘커맨더형’과 상대 공격수와 싸워줄 수 있는 ‘파이터형’으로 구성하곤 한다. 그러나 지난해 유 감독은 후방 안정감을 위해 커맨더 유형인 권경원과 이창용을 선발 파트너로 기용했다. 여름에 중도 합류한 권경원이 팀 전술에 완전히 녹아들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전술 이해도가 높은 베테랑 이창용을 옆에 둬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올 시즌 유 감독은 포백에서 권경원의 파트너로 김영찬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권경원-이창용 조합과는 분명한 변화다. 권경원과 이창용이 포백을 맡을 때는 후방에서 패스가 원활하게 순환되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피지컬이 좋은 외국인 공격수가 많은 K리그1에서 위 같은 포백 조합은 거구 공격수와 경합에서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유 감독은 김영찬을 통해 이 점을 보완했다. 189cm 장신 센터백 김영찬은 공중볼 처리와 대인 마크 능력이 뛰어난 클래식한 중앙 수비수다. 지난해 합류한 왼발 센터백 권경원이 동계 훈련을 통해 전술 이해도를 충분히 끌어올리면서 경합에 강점이 있는 김영찬과 최적의 포백 조합이 만들어졌다. 권경원을 통해 빌드업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김영찬의 수비력 덕분에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안양은 스리백, 포백 전형 변화에도 조직력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물어뜯는 좀비 축구'를 표방한 유 감독은 시즌 초 공격적인 스리백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과 효율적인 역습을 구사했다. 전술적으로 크게 중요해진 전진패스를 효과적으로 시도하기 위해 토마스, 권경원, 이창용이라는 기술 좋은 센터백으로 조합을 구축해 후방 안정감과 공격성의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강한 압박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 감독은 경기별, 상황별 포백 운용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이때 정통 중앙 수비수의 장점을 두루 갖춘 김영찬이 핵심 요원으로 활약했다. 안양은 지난 7라운드 김천상무전부터 본격적인 포백 운용을 시도했다. 이창용의 퇴장 징계 징계로 김영찬이 권경원의 파트너로 기회를 받았는데 후반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제공권을 통해 헤더골을 기록하면서 전술적 활용 가치를 입증했다.
직전 포항스틸러스전에서는 김영찬의 경합 능력이 빛났다. 이날 안양은 포백 형태로 포항에 맞섰다. 후반전 들어 포항은 교체 투입된 완델손을 활용한 크로스 공략을 시도했다. 이때 김영찬은 이호재, 트란지스카, 조상혁 등 190cm 안팍의 포항 장신 공격진을 상대로 경합 상황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날 김영찬은 공중볼 경합 8회 중 6회, 그라운드 경합 3회 중 3회를 성공하며 무실점 수비를 이끌었다.
안양은 후반 23분 최건주의 선제골이 결승골이 되며 5경기 무승에서 탈출했다. 경기 막바지 갈수록 강하지는 포항의 공세에도 안양은 끈끈한 수비 집중력으로 리드를 지켰다. 끈끈한 조직력을 입증한 포백으로 안양은 창단 첫 포항전 승리와 시즌 첫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스리백, 포백 유 감독의 자유자재 전형 변화가 김영찬의 활약으로 더욱 용이해졌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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