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키운 반려견인데…이혼할 땐 '피부양자 아닌 재산'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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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운 반려견인데…이혼할 땐 '피부양자 아닌 재산' 전락

르데스크 2026-04-21 12:0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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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에 육박하면서 기존에 없던 사건·사고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펫 양육권 소송'이다. 일찌감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 해외에선 펫의 양육권을 두고 소송을 벌이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자연스레 법원 판결도 국내와 해외가 판이하게 다른 편이다. 국내 법원은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보고 재산분할 문제로 접근하지만 해외 여러 국가에선 사람의 양육권(custody)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판단한다.

 

반려인들에겐 귀하고 소중한 가족 반려동물, 국내 법원은 여전히 '물건' 취급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의 전체의 26.7% 수준으로 적어도 네 집 중 한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국내 연간 이혼 소송이 약 10만 건임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 약 2만5000 가정이 이혼 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누가 갖는지를 두고 고민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김형빈 변호사(법무법인 팔마)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입양도 받고 유기견도 주워와 함께 기르는 반려견이 13마리가 된 시점에서 이혼하려는 사건을 맡은 적 있다"며 "재산분할과 위자료 문제보다 강아지 양육권 다툼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던 사안인데 그 영역은 변호사가 법적으로 조언할 부분이 없어 당사자들이 숙고 끝에 동물들을 위해 잘 결정했던 사안이었다"고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주목되는 점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국민 정서는 '가족'에 가깝지만 법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 법에서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하는 측면이 강한 실정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가령 혼인 기간 중 남편이 자신의 명의로 결제해 입양한 강아지를 아내가 전적으로 돌본 경우라면 국민 정서와 법원의 판단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 아내가 '실질적인 엄마는 나라서 내가 더 잘 키운다'고 양육권을 주장해도 현행법상 소유권은 남편에게 있어 양육권이 부정될 확률이 크다. 동물을 재산으로 산정하는 법의 시각에 맞춰 재산분할을 요구할 경우엔 강아지를 '시가'로 책정한 후 위자료나 다른 재산과의 교환 등으로 산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 13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젊은 부부의 모습. [사진=AI이미지/Google Gemini]

 

양육권 외에 반려동물과의 면접교섭권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배우자와 이혼해도 반려동물을 만날 권리를 확보하고자 자녀 면접교섭권과 유사한 '반려동물 면접교섭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긴 이혼소송 기간 중에 반려동물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의뢰인들이 "주말마다 강아지를 데려와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사전처분을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법원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므로 인륜에 기초한 자녀 면접교섭권을 유추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금은 조정이나 중재 절차에서 다른 요구사항과 맞바꾸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가령 남편이 반려동물 양육권을 양보하는 대신 아내가 위자료 액수를 조금 낮춰주기로 합의하거나 재산 분할에서 조금 더 이득을 보는 대신 상대방에게 한 달에 두 번 반려동물을 보여주기로 약속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도 반려동물 입양 시 사전에 양육에 대한 합의서 작성을 권고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는 민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법원에서 가족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이혼 시 누가 주된 양육자가 될 것인지부터 사료비와 병원비 등 양육비 분담 비율, 만남의 횟수와 방식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합의해 적어두는 것이 향후에 있을 분쟁의 대비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사전에 구체적인 사항들을 합의해 두면 당사자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선 반려동물 양육권 재판서 "배우자보다 반려견 더 사랑했어요" 증언 나오기도


미국과 유럽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미국은 2025년 기준 전체의 약 70%에 해당하는 95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1580억 달러(약 210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 국방 예산의 4배 수준이다. 당연히 '펫 양육권' 분쟁 건수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동물양육권 전문 변호사(Pet Custody Attorney)라는 '틈새시장'도 성행할 정도다.

 

▲ 미국의 한 펫숍에 반려동물 관련 제품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반려동물을 두고 다투는 소송 역시 극렬한 양상을 보인다. 자신이 반려동물과 더 친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평소 배우자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했다"고 증언해 줄 지인까지 법정에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반려동물이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들을 쏟아내는 행위도 빈번하다. 앞서 미국 테네시주에서는 반려견 Zena를 두고 부부가 싸운 사건에서 판사가 "주말에는 아내가, 주중에는 남편이 돌보라"며 솔로몬식 공동 양육(split custody)을 인정한 결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려동물로 인해 수익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 가능성이 있을 때는 분쟁이 더욱 치열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인 동시에 무형의 영업 가치(Goodwill)를 가진 자산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 당시 기준으로 약 50만명에서 80만명 사이의 팔로워를 보유한 펫플루언서 '베니'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니는 광고 협찬과 굿즈 판매, 이벤트 출연료 등을 합산해 연간 약 1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억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는데 당시 소유주들의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과 함께 '베니'를 통한 수익 배분이 쟁점이 됐다.

 

소송 당사자들은 '베니'를 데려가 키우면서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수억원대에 달하는 '자산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동물 양육을 둘러싸고 중소기업 분할과 같은 비즈니스 파트너십의 해체가 일어났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법으로 양육권의 기준을 제정하는 지역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앞서 알래스카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자녀 양육권을 결정하는 기준인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을 동물에도 적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등에서도 같은 법을 제정하면서 현재 여러 지역에서 동물의 양육권을 결정할 때 동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 즉 동물이 누구와 있을 때 더 행복할지를 가려서 양육권자를 결정하고 있다. 대신 '동물의 최선의 이익' 법을 가진 지역에선 이혼소송 기간 중 한 쪽이 동물에 대한 면접권을 얻어내는 게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최선의 이익' 법리에 따라 주인을 만나지 못하는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고려해 면접교섭권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성 대 안토니오(Saint Anthony of Abbot)' 축일 기념 동물 축복식에서 한 신부가 강아지를 축복하고 있는 모습. [사진=EPA/연합]

 

미국 외에도 반려동물의 복지를 법으로 규정한 국가에선 사실상 펫 양육권 소송을 자녀 양육권 소송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다. 민법을 개정해 동물을 '감정을 가진 생명체'로 공식 인정한 스페인은 부부가 이혼할 때 반려동물 사료비나 병원비와 같은 양육비 분담도 법원이 함께 결정한다. 일방이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위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면 양육권 판단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캐나다도 법 개정 전후로 법원 판단 크게 바뀌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고등법원은 이혼 소송 중인 부부가 반려견 '바니'에 대해 2주씩 번갈아 양육하는 판결을 요구하자 "법정은 당신들의 강아지 양육 계획을 세워주는 곳이 아니다. 강아지는 법적으로 재산일 뿐이며 우리는 가구(Sofa)를 두고 2주씩 나눠 쓰라고 판결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BC주의 가족법(Family Law Act)이 개정되면서 법원 판단은 완전히 바뀌었다. 개정된 가족법에 '반려동물을 단순한 재산이 아닌 감정을 가진 가족 구성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리자 법원도 사안을 가족법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부부가 주장한 대로 '2주 교대 양육'을 허용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한 국가답게 동물의 복지를 매우 강력하게 보호한다. 부부가 "강아지를 번갈아서 공동으로 키우겠다"고 합의하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반려동물이 이쪽저쪽 옮겨 다니는 것이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된다면 반려동물 복지 차원에서 부부의 합의를 승인하지 않고 다른 양육 방식을 권고하기도 한다. 또한 한 쪽에서 키우게 된 동물이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 이를 '동물의 복지 침해'로 간주하고 현 양육자의 양육권을 박탈하거나 다른 쪽에 면접교섭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임채웅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이 우리도 이루어진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격상돼 법원의 판단 변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뚜렷한 효과가 발생한다고도 장담하긴 어렵다"며 "반려동물 면접교섭은 사회상규를 근거로 하는 식으로라도 지금부터 인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현행법상 가정법원에서 다루기는 어렵고 민사법원으로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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