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 환자의 재산을 공공이 대신 관리하는 ‘공공신탁’ 방식 제도 도입에 나섰다. 판단능력 저하로 인한 경제적 학대와 재산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첫 시도다.
|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올해 750명 시범사업
보건복지부는 22일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은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가 돼 치매 환자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제도로 공공신탁은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주요 대상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재산관리 어려움이 있는 기초연금 수급자다. 위탁 가능한 재산은 현금,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 제한되며, 상한액은 10억원이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아닌 경우에는 위탁재산의 연 0.5% 수준의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1억원을 맡기면 연 50만원(월 약 4만원 수준), 상한인 10억원 기준으로는 연 500만원 수준이다. 다만 65세 미만 조기발병 치매 환자 중 저소득층은 무료로 지원한다.
서비스는 국민연금공단 7개 지역본부에서 상담과 이용이 가능하다. 본인이나 가족이 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요양시설,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기관의 의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지역본부가 대상자 여부를 판단해 우선 지원대상자를 선별하고, 자택 등을 방문해 의료 필요도와 재산 현황 등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본부 심의를 거쳐 계약이 체결된다.
계약 체결 이후에는 국민연금공단이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생활비·의료비 등을 정기적으로 배분한다. 이상 지출이나 경제적 학대가 의심될 경우 현장 점검에 나서며, 반기별 방문 점검과 상시 모니터링도 병행된다. 특히 계획에 없는 특별 지출이나 계약 해지 요청이 있을 경우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 참여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복지 필요가 확인되면 치매안심센터나 통합돌봄 체계와 연계해 추가 지원도 제공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치매 환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가족이 떠안던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자산 규모는 약 154조원(2023년 기준)으로 추산되며, 재산 갈취나 사기, 임대료 체납 등 경제적 학대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국가가 치매환자 재산 보호…고립·무연고 노인 사각지대 해결 과제로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본인 또는 가족의 신청이 필요한 만큼 재산관리가 어려운 고립·무연고 치매 노인까지 제도가 충분히 닿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견인 선임이 필요한 경우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위탁재산을 현금성 자산으로 제한한 점 역시 고령층의 재산이 부동산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활용 범위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복지부는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 이행계획에 따라 2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한 뒤 2028년 본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규모는 올해 750명에서 내년 1500명까지 확대한다. 이에 맞춰 국민연금공단 지역본부의 전담 인력도 현재 본부당 4명, 총 24명에서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시범사업 평가를 착수하고, 치매안심관리서비스 본사업 도입에 관한 ‘치매관리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 어르신의 재산 관리를 국가가 함께 동행하며 지켜드리는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재산을 노후를 위해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정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