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 맞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인 인도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제조 경쟁력이 결합하면 양국은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조선 분야 협력은 양국 산업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기업은 총 2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포스코는 약 10조 원을 투자해 인도 최대 철강사인 JSW스틸과 공동으로 인도 오디샤주에 조강 6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22년 만의 숙원을 이루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도 인도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는 14억 인구의 인도와 전략적인 협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통령 국빈 방문 계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개최
李 "한-인도 교역 두배 확대…파도 두려워 항해포기 안돼"
인도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비즈니스포럼에는 한국 측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포스코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인도 측에서도 비제이 산카르 산마르(Snamar) 그룹 회장과 라비칸트 루이야 에사르(Essar) 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350여명이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현재 양국의 교역은 인도의 거대한 경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교역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차이나(China)+1' 핵심 생산 거점으로 부상한 인도와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인 인도의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제조 경쟁력이 결합하면 양국은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양국의 고대 교류의 역사를 상징하는 허왕후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가야국 김수로 왕과 (인도 고대국가인) 아유타국의 허왕후가 만나면서 인도의 해양 문명은 2000년 전 한반도에 와 닿았다"며 "삼국유사에 따르면 당시 허왕후는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왕후의 배가 거센 풍랑을 만났을 때 파사석탑이 파도를 잠재우고 길을 열어줬다. 파사석탑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인류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며 "파도가 두렵다고 항해를 포기했다면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인연이 20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 이 자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 등 한국 기업이 인도 국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고, 양국 관계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등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더는 과거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진화된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교류를 더 확장하며 더 많은 파사석탑을 쌓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참석…자동차, 조선, 에너지 MOU 등 20건
이날 양국 기업은 비즈니스포럼을 계기로 20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각각 50% 지분을 투자해 2031년까지 현지 제철소를 준공하는 내용의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4차례 인도에 상공정(쇳물 생산과 불순물 제거 공정) 제철소 진출을 시도했지만 합작사 물색, 부지 확보 등이 쉽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이날 "포스코의 철강 기술력과 JSW스틸의 현지 경쟁력을 결합하여, 양국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TVS 모터 컴퍼니와 3륜 전기차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인도의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인도 'NSHIP TN' 및 '사가르말라 금융공사'와 신규 조선소 설립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 및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마드라스 공과대학과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위한 AI 기반 제조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GS건설이 아리에너지, 수즐론에너지 등과 협력해 풍력단지 고효율화 사업에 착수했으며 네이버는 인도 최대 IT 기업인 TCS(Tata Consultancy Services)와 AI·클라우드 기술 및 B2C 서비스 중심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도에 진출한 670여개 한국 기업은 이미 인도의 핵심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제 협력의 지평을 미래 산업 전반으로 넓혀가야 한다"며 첨단 제조, 디지털·인공지능(AI), 문화산업을 양국 미래 협력의 3대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류 회장은 "한국의 친환경 고부가가치 기술과 인도의 '해양 인디아 비전 2030'이 결합한다면 양국의 글로벌 해상 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과 AI 분야에 대해 "인도의 우수한 인재 및 '디지털 인디아 비전'이 한국의 AI·통신 플랫폼 기술과 만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화산업을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꼽으며, "발리우드의 역동성과 한국의 '한류'가 결합한다면 세계 문화시장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경협은 "양국 기업이 이번 포럼을 계기로 첨단 제조부터 미래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단순한 교역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靑 김용범 "모디, 韓기업 전담데스크 설치 약속…인도 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이번 이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계기로 인도 정부도 한국과 경제 협력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0일 브리핑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반을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실장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인도 진출 애로사항, 즉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인도 총리실이 컨트롤 타워가 돼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한국 대통령실에도 인도 경제협력 전담반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모디 총리는 "조만간 한국 기업인들을 모두 초대해 인도 진출에 대한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양국의 경제 협력에 대해 "조선업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청정에너지가 향후 10년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도의 스케일과 한국의 스피드가 결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총리 주최 국빈 오찬에 이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기업인들도 초대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정기선 회장 등이 초청됐다.
김 실장은 "당초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한-인도 경제인 대화를 비즈니스 포럼 직전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모디 총리는 양국 정상이 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 인사들 간의 외교 행사인 국빈 오찬에 기업인들을 초대한 형식을 파괴한 매우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는 오찬에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열거하며 지원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그는 "오늘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밝은 미래가 기대되고 어떤 지정학적 도전이라도 타파 가능하다고 느꼈다"면서 "현대차, LG 가전, 삼성폰은 인도인들이 모두 알고 있고 포스코와 효성도 인도인들이 모두 잘 아는 기업"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양국은 앞으로 더욱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이 기대된다"며 HD현대의 조선, 삼성의 디스플레이, 네이버의 디지털, 크래프톤의 게임, GS의 청정 에너지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인도는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인도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방산, 우주, 원자력 분야도 민간에 개방하고 있으며 앞으로 청정에너지, 원자력, 반도체 등 미래 분야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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