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클럽하우스에 또 한 번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팀 케미스트리를 앞세워 성과를 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초반부터 투수 운용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토론토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미국 매체 '제이스 저널'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지난해 토론토는 뛰어난 팀워크로 성과를 냈고, 큰 마찰은 거의 없었다. 2025시즌 막판 호세 베리오스가 불펜 이동에 불만을 드러낸 사례 정도가 예외였다"며 "하지만 2026시즌 초반, 팀 부진 속에서 비슷한 상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KBO리그 KIA 타이거즈 출신 좌완 투수 에릭 라우어(30)가 있다.
라우어는 지난 2024시즌 도중 KIA에 합류해 활약한 뒤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역수출 사례'로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한국 무대에서는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2024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이를 발판으로 빅리그 재진입에 성공했다. 다만 현재 토론토에서는 부상 변수 속 유동적인 역할을 맡으며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제이스 저널'에 따르면 토론토의 존 슈나이더 감독은 지난 1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브레이든 피셔를 '오프너'로 먼저 투입하고, 라우어를 2회부터 등판시키는 방식의 투수 운용을 택했다.
라우어는 이날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오프너 전략은 최근 MLB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상대 타선 상위 타자들과의 반복적인 맞대결을 줄여 선발 투수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도다. 매체 역시 "선발 투수가 경기에서 상대 강타자들을 세 번 상대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라우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라우어는 "솔직히 말해서 정말 싫다. 견딜 수 없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해야 한다"며 "오프너 뒤에 나가는 역할도 최대한 맞춰볼 수는 있지만, 이런 방식이 계속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현지에서도 이 같은 반응은 의외라는 평가다. 매체는 "라우어는 2025시즌 초반에도 비슷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고 당시에는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오프시즌 동안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만큼, 이번 시즌에도 같은 역할을 맡게 된 상황에 실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슈나이더 감독도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모든 선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그의 말처럼 기용 방식은 그의 권한을 넘어선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 역할은 그를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고, 그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선발을 원한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결국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슈나이더 감독은 내부 소통의 중요성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디어가 아니라 나와 코치진에게 직접 이야기하라"며 "기용은 내가 결정하고, 선수는 그 역할에 맞춰 투구하면 된다"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다행히 이후 짧은 대화를 통해 양측은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슈나이더 감독이 라우어에게 향후 방향성에 대해 간단한 조언을 건넸고, 라우어 역시 팀 계획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례는 현재 토론토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디 폰세, 셰인 비버, 트레이 예세비지 등 부상자 속출과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이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투수 운용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며 팀 케미스트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미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토론토에게 추가적인 갈등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일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고, 팀이 다시 경기력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단순 갈등을 넘어 팀 결속력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도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라우어는 오는 23일 새벽 4시 7분(한국시간)에 열리는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본인이 원했던 선발 등판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결국 이 갈등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봉합될지, 아니면 시즌 내내 이어질 변수로 남을지는 향후 토론토의 반등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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