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비의 다른 은비] 29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8개월간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왜 고기 안 먹어? 너는 그럼 왜 고기 먹어?......
왜?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비건, 베지테리언 친구들과 개인의 선택을 상대적으로 더 존중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바드가스타인(Bad Gastein)에서 맨눈으로 수천개의 별들을 봤던 순간도 큰 영향을 주었다. 눈으로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은하, 행성, 별들을 바라보며 이 우주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렇지만 나도 저들과 같은 ‘별’이구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 구나’라는 강력한 연결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연결감 때문에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로서의 개와 그 개를 팔았던 펫숍이 운영하는 강아지 공장의 번식견이 똑같은 개이고. 그 개들이 먹는 사료가 되는 닭, 소, 돼지도 내가 사랑하는 골든리트리버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특히 돼지는 개보다 지능이 높은 동물이란 걸 이제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예전의 모르던(모른 척 하던) 나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그날 내가 주문한 두 잔의 맛차 라떼. 하나는 내가 마실 수 없고, 하나는 내가 마실 수 있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결정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과 마음이 된다라는 명언을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했다. 지난 날의 식단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내 피부는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 지난 날의 내 식단엔 ‘쾌락’과 ‘체중 감량’만 존재했다면 이제는 내 몸이 진짜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담긴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있다. 배부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다.
얼마 전엔 정부지원사업에 뽑혀 작은 <비거니즘 & 친환경> 모임도 만들었다. 혼자 외롭게 실천하던 가치 있는 일에 동료들이 생기니 신이 난다. 모임 때마다 각자 다음 모임 때까지 실천할 목표를 세우며 함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다.
조은비 대표가 채식주의를 하기로 결심하며 마시게 된 맛차 라떼의 모습. <사진=조은비 대표>
내가 이번 모임에서 세운 목표는 ‘동물성 제품을 아예 먹지 않는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친구와 놀러 간 카페에서 나는 똑같은 맛차 크림 라떼(국어 표준 표기법 말차가 맞지만 일본어 발음인 맛차 Matcha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아서 혼용함)를 두 잔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주문할 때부터 우유 옵션을 오트밀크로 잘 바꿔 주문했지만 아차! 나는 맛차 크림라떼에 올라갈 크림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텐데. 나는 모임에서 세운 목표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카운터로 가서 오트밀크에 크림까지 뺀 맛차라떼를 추가로 주문했다. 필요 없는 지출일까? 아니 다짐한 것들을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까지 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친구도 대단하다며 박수를 쳐줬다.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언젠간 바뀔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학교에서 7년간 배운 역사가 그랬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사람들은 늘 배척당하고 손가락질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 시대가 와버렸다. 그래서 여자들도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을 달릴 수 있었으며, 대학교에 갈 수 있고, 법적으로 한 가정의 가장임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호주제 폐지). 그래서 나는 바뀌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을 힘껏 안아주고 싶다.
아니 괜찮아. 조금씩 바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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