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험업 진출을 위한 인수 카드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예별손해보험부터 여러 보험사들이 잠재 매물로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특정 기업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전략적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각 매물의 가격과 건전성, 인수 이후 정상화 부담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결론보다 셈법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투지주는 예별손보와 KDB생명, 롯데손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보험사 매물을 두고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별손보는 본입찰이 한투지주 단독 응찰로 유찰됐고, KDB생명은 금융위원회와 총리실 재가를 거쳐 매각 절차 재개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손보는 새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며 재매각 준비에 착수했고, 카디프생명도 한투지주가 검토해온 생보 매물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한투지주 입장에서 보험업은 더 이상 먼 과제가 아니다. 증권과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보험만 비어 있는 만큼, 금융지주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결국 보험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보험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어떤 보험사를 어떤 조건에 인수할 것이냐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실제 매각 시장에 나온 후보군은 많지만, 막상 매물별 성격과 부담이 크게 달라 선택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앞선 예별손보…단독 응찰 이후에도 갈림길
현재 가장 앞서 있는 매물은 예별손보다. 실제 본입찰까지 절차가 진행됐고, 한투지주가 최종 인수제안서를 낸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본입찰은 유찰됐고, 예금보험공사는 잠재 매수자의 인수 의사를 다시 확인한 뒤 재공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후에도 추가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절차만 놓고 보면 예별손보가 가장 가시화된 카드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최종 인수까지 이어질 것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예별손보를 둘러싼 고민은 입찰 결과보다 인수 이후 부담에 더 가깝다. 예별손보는 가교보험사라는 특성상 새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영업 정상화, 조직 정비, 판매 채널 재건, 시스템 안정화 등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 여기에 자본 부담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인수만 성사되면 곧바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매물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결국 예별손보는 가장 먼저 드러난 카드이면서도, 한투지주가 가장 신중하게 계산해야 하는 카드라는 해석이 함께 붙는다.
매각이 최종적으로 불발될 경우 정리 시나리오도 남아 있다. 예별손보 매각이 무산되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로 보험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 계약자 보호 차원의 조치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한투지주 입장에서는 지금의 입찰 참여가 곧바로 인수 확정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지주가 보험사 인수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예별손보를 끝까지 가져갈지까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며 “입찰 참여와 실제 인수 결정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결국 조건과 인수 후 부담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롯데·KDB·카디프까지 열어둔 검토…핵심은 ‘왜 사느냐’
예별손보 외에 롯데손보와 KDB생명, 카디프생명까지 함께 거론되는 이유는 한투지주의 고민이 단순히 ‘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업 라이선스 확보가 우선인지, 아니면 보험업을 그룹의 본격적인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것인지에 따라 매물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투지주는 지난 3월 IR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어떤 축에 더 무게를 둘지는 아직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지분 99.66%를 보유한 매물로, 금융위와 총리실 재가를 거쳐 다시 매각 시도에 들어간 상태다. 생보사라는 점에서 자산 규모와 장기 운용 측면의 의미가 거론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된 점은 매각 재개의 배경으로 꼽히지만, 반복된 이력이 보여주듯 실제 거래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는 다른 두 매물과 결이 다르다. 기존 영업 기반과 사업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가격과 규제 이슈가 변수로 꼽힌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근 삼정KPMG를 새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세 매물 가운데 ‘사업회사’로서 매력이 가장 크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몸값 부담 역시 적지 않아 보험업 진출 자체가 우선인 원매자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맞선다.
카디프생명 역시 한투지주가 일찍부터 검토해온 카드다. 지난해 롯데손보와 함께 실사에 나섰던 매물로 거론됐고, 올해 들어서도 생보사 후보군 중 하나로 계속 이름이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크지 않고 생보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시장 내 존재감과 인수 이후 확장성 측면에선 또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카디프생명은 ‘부담이 덜한 생보 카드’라는 시각과, ‘사들인 뒤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는 과제가 함께 붙는 매물인 셈이다.
결국 한투지주의 선택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에 달렸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보험 포트폴리오의 빈칸을 채우는 것이 1차 목표라면 가격과 진입 속도가 중요해질 수 있고, 보험업을 그룹의 한 축으로 본격 육성하려 한다면 영업 기반과 장기적인 확장성, 자산운용 시너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보험사를 산다고 말할 단계라기보다 각 매물의 가격과 자본 부담, 인수 이후 정상화 가능성을 전부 놓고 비교하는 단계에 가깝다”며 “매도자들은 각각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매수자인 한투지주 입장에서는 지금부터가 더 복잡한 계산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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