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기점으로 한국과 인도가 경제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양국은 제조업 중심의 기존 협력 구조를 조선, 철강, 반도체 등 국가 기간 산업과 인공지능(AI)을 망라한 첨단 기술 전반으로 확장하며 전방위적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순방으로 한·인도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높이자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양국의 상호보완적 결합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이번 방문의 의의를 밝혔다.
◇형식 파괴한 ‘비즈니스 오찬’…총리실이 직접 韓기업 애로 챙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한 국빈 오찬이었다. 정부 중심의 경직된 외교 관례를 과감히 깨고 양국 주요 기업인을 대거 초대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형식 파괴’는 한국의 제조 역량을 인도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한국 측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11개 주요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모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인도의 규모와 한국의 속도가 결합하면 거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전력망, 수자원 인프라,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특히 인도 정부는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고질적인 진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총리실 내에 ‘한국 전담 데스크(Korea Desk)’를 설치하기로 확약했다. 인도 최고 권력 기관이 직접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강력한 신뢰의 표시로 해석된다.
◇포스코 일관제철소·HD현대 조선소…기간 산업 영토 확장
정상회담에 발맞춰 실질적인 사업 성과도 구체화됐다. 54개 기업과 단체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각 분야별로 실효성 있는 협력 방안을 도출해냈다.
우선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인도 JSW그룹과 손을 잡고 연간 600만 톤 규모의 고기능성 강재를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합작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 산업의 경우, HD현대가 인도의 급증하는 선박 수요에 대응하여 현지 중형 조선소 건립을 검토하며 조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미래 산업 부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효성은 현지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게임 산업의 크래프톤은 인도 내 게임 생태계 육성을 통해 콘텐츠 협력을 대폭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공급망부터 AI까지…‘디지털 브릿지’로 기술 패권 공동 대응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마무리됐다. 양국 정상은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여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안정화하기로 했으며, 장관급 협의체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소통 창구를 정례화했다.
특히 디지털 분야에서는 한층 진화한 협력 체계를 도입한다. 양국은 AI, 반도체, 데이터 거버넌스를 포괄하는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인도의 소프트웨어 인력과 한국의 독보적인 반도체 및 제조 기술력을 결합하여,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2010년 발효 이후 정체됐던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개선 협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국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과감히 낮춤으로써 현재 256억 달러 수준인 교역 규모를 양국의 잠재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8년 만의 정상 방문은 인도를 단순한 시장을 넘어 핵심 전략 동반자로 각인시킨 결정적 분기점”이라며 “이번 성과가 실제 수출과 투자 확대로 직결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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