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매수인보다 매도인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은 가격을 낮추지 않으니 공실을 채우기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SK V1 인근 공인중개사)
한낮 기온이 22도까지 오른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당산역 2차 SK V1 타워’ 내부는 외부와 달리 냉기가 감돌았다. 2022년 분양을 시작해 지난해 8월 준공된 이 건물은 입주 지정 기간이 종료된 지 반년이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70%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중도금 대위변제까지 나섰지만 분양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 분위기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오후였지만 로비와 복도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적막감이 감돌았다. 건물 내 편의점 직원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붐빌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식산업센터 시장 전반의 침체와 맞닿아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2021년까지 대출 규제가 강화된 주택을 대체하는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고가에도 거래가 활발했다. 그러나 이후 고금리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당산 SK V1 역시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서울 지식산업센터 중에서도 공실률이 높은 편”이라며 “주변 대비 평당 1000만원가량 높은 가격이 거래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건물은 저층부가 평당 2000만~2800만원,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부는 3500만원대까지 책정됐다. 인근 영등포 일대 평균이 2000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는 “현재는 입주 문의 자체가 거의 끊긴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 공실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높은 토지 매입가와 조망권 분쟁 비용 등이 분양가에 반영된 데다, 시장 호황기 막바지에 분양이 시작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결과적으로 수요가 꺾인 시점에 고가 상품이 시장에 나온 셈”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인하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크다. 기존 수분양자의 반발 가능성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면 기존 계약자들의 민원이 불거질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임대 전환이나 용도 변경 등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리포지셔닝’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구조적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며 “이 건물은 높은 분양가까지 겹쳐 공실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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