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기습 침공하여 벌어진 전쟁이 일단 멈추었으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4월 7일 파키스탄이 중재한 2주간 조건부 휴전안을 미국과 이란이 받아들여 휴전이 이루어졌으나 4월 11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대표단으로 참가한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이 다시 시작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레바논 간 휴전 협상이 4월 15일 합의되어 역시 열흘짜리 조건부 휴전이 발효되었다.
원래 파키스탄이 중재한 조건부 휴전안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전투를 중단하는 것이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휴전이 발효된 첫날인 4월 8일, 전쟁이 벌어진 이후 최대 규모로 레바논을 공습했다. 단 몇 분 만에 레바논에서 최소 357명이 목숨을 잃었고 1200명 이상이 다쳤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대다수인 300명 이상이 민간인으로 밝혀졌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이날 숨진 357명 중 어린이가 33명이라고 밝혔다. 확인된 사례만 집계하므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대낮에 사람이 붐비는 거리를 폭격한 탓에 민간인 희생자가 많았다. 공격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후 휴전안에 레바논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이스라엘은 4월 15일 휴전 발효 몇 시간 전까지 레바논을 계속 공습했으며, 휴전이 발효된 뒤에도 레바논 쿠닌 마을에서 구급차를 공습하여 의료진을 죽이는 등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 레바논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삶의 터전과 민간시설, 문화유산이 파괴되었다. 이란 협상단이 휴전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비행기 이름을 미나브168로 지었다는 소식에서 전쟁 첫날 미나브 시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학살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전쟁 명분을 내세우고 그 어떠한 책임도 없는 어린이들을 학살했다. 미나브는 이 부당한 전쟁의 상징이 되었다.
이란 법의학기구는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숨진 337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미성년자는 383명이다.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를 비롯해 파르스 주 라메르드 체육관에서 체육 활동 중 공습으로 숨진 21명 중 어린이 최소 네 명, 이스파한에서 학교 공습으로 숨진 유치원생을 포함한 초등학생 아홉 명 등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한 다음 날, 미국은 이란의 카라즈 B1 다리를 폭격해서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시즈다 베다르 명절을 맞아 놀러 나온 민간인 여덟 명이 숨졌다. 트럼프는 이 전쟁 범죄를 전쟁 성과로 소셜미디어에 올려 자랑하며 이란을 위협했다.
학교, 병원, 에너지 시설과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에 더해 문화유산과 종교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에서 100곳이 넘는 문화유산이 파괴되거나 피해를 당했다. 사파비 왕조 시대에 지어진 라슈케 제난(라슈크 궁전)이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테헤란 유대인 공동체의 핵심 종교시설인 라피-니아 시나고그(유대교 회당)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레바논에서는 3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어린이 177명을 포함해 229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3월 4일 리타니강 남쪽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 대피 명령을 내린 뒤로 리타니강 남쪽의 모든 마을과 주거지역을 군사 목표물로 삼고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리타니강 남쪽을 고립시키기 위해 리타니강 다리를 모두 파괴했다. 열흘간 휴전이 발효되었지만, 이스라엘은 리타니강 남쪽에 주둔하며 자흐라니강까지 공습을 통해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고 이스라엘군에 맞서 헤즈볼라가 반격하고 있다. 휴전 직전까지 레바논에서 총피난민 수는 최대 120만 명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1400여 채의 건물을 파괴하면서 이 지역을 가자 지구처럼 초토화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은 병원을 공습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를 폭격해서 3월 2일부터 최근까지 90명 이상의 의료진을 살해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구급차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3월 1일 이후 이스라엘에 레바논 언론인 일곱 명이 살해되었다. 3월 28일 PRESS 표시 차량을 공습해서 기자 세 명을 죽인 사건은 가자 집단학살 동안 팔레스타인 언론인 최소 270명을 죽인 언론인 표적 살해 방식과 같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에 대한 공격 중에도 가자 집단학살을 멈추지 않았다. 가자 지구에서는 2월 28일부터 4월 17일까지 단 나흘만 공격이 없었다. 가자 휴전이 발효된 2025년 10월 10일부터 4월 17일까지 190일 동안 168일에 걸쳐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격해서 팔레스타인인 766명을 죽였다. 이는 날마다 4~5명이 군사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과 같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2025년 10월 19일 45명, 10월 29일 109명, 11월 22일 24명 이상, 2026년 1월 31일 32명, 2월 4일 23명을 죽이는 등 휴전 간판과 트럼프의 평화위원회를 가림막 삼아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아홉 살 소녀 리타즈 압둘라흐만 리한은 4월 9일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4월 14일에는 가자 시티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경찰차를 공습하여 세 살 사내아이 야히야 알-말라히를 포함한 네 명이 죽었고, 자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발포로 14살 소년 아담 아흐메드 할라아가 죽는 등 이날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한 열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 16일에는 가자 시티 자이툰 지역에서 아홉 살 소년 살레 바다위가 이스라엘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졌다.
구호•의료 인력도 이스라엘의 학살에서 예외가 아니다. 4월 6일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차량에 발포해서 운전기사가 숨지고 의사를 포함한 여러 명이 다쳤다. 4월 17일에는 가자 북부에서 식수 공급을 위해 일하는 유니세프 계약직 트럭 운전기사 두 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역대 최대 규모로 공격을 벌인 4월 8일, 가자 지구에서 알자지라 특파원 모하메드 위스와시가 드론 표적 공격으로 살해됐다. 이로써 가자 휴전 발효 이후 가자 지구에서 최소 아홉 명의 언론인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에 따라 부상자 해외 이송과 원조 물자를 실은 트럭 통행을 보장해야 하지만, 일부만 통행을 허가해 왔고 그마저도 2월 28일 전쟁을 이유로 모든 통행 검문소를 폐쇄했다가 3월 19일 제한적으로 개방했다. 현재 가자 지구에는 집단학살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크게 다친 중상자들과 가자 의료시설 파괴로 가자 지구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 만성질환자 등 어린이 4천 명을 포함해 1만8500명이 넘는 중환자가 긴급한 의료 후송이 필요하다.
휴전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루 50명의 환자가 치료를 위해 해외로 이송되도록 허용해야 한다. 해외 이송이 필요한 환자 수를 볼 때 합의된 하루 50명도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지만, 이스라엘이 국경을 다시 봉쇄한 2월 28일 이후 이마저도 8%의 환자만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3월 23일 가자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5월 라파 검문소를 봉쇄한 이후 약 14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해외 의료 이송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원조 트럭 반입도 2월 28일 이후 약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동안 가자 지구의 거의 모든 농지를 파괴했으며,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업 활동조차 금지하고 배를 공격하기 때문에 식량을 원조 물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조 물자조차 필요한 양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가자 지구에서는 다시 기근 위험이 커지고 있다. IPC(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에 따르면 거의 전 지역이 하루 한 끼로 생존해야 하는 Phase 4(긴급) 단계 이상에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이스라엘이 봉쇄를 통해 조장한 기근으로 최소 459명이 기아로 사망한 일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서안 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을 앞세운 공격과 강탈이 멈추지 않고 있다. 무장한 정착민들의 공격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으며, 4월 16일을 예로 들면 하루 동안에만 31건의 정착민 공격이 있었다. 이러한 공격은 팔레스타인인이 소유한 올리브나무 수백 그루를 뿌리 뽑거나, 상수도를 파괴하거나, 어린이를 차로 치려 하거나, 팔레스타인인을 폭행하거나 가축을 훔치는 일들이다. 올해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33명이 살해되었으며, 그중 여덟 명은 정착민에 의해 살해되었다.
3월 30일 이스라엘 의회는 팔레스타인인에만 적용되는 사형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을 테러 행위나 목적으로 살해한 경우 군사법원이 관할하는 사건에 한해 기본적으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스라엘 법체계에서 이스라엘 시민은 민간 형사법원에서 재판받고 팔레스타인인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다. 그렇기에 이 법은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법이다.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이스라엘인은 여간해서는 체포되지도 않지만, 설령 체포되어 재판까지 가더라도 민간 형사법원에서 재판받으므로 사형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반면, 정착민들의 공격을 막는 팔레스타인인은 곧잘 체포되어 구금된다.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해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러왔다.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증거 조작과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유죄 판결을 내린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법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월 초 현재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96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수감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테러리스트' 정치범들이다. 이 중 3532명은 기소나 재판 없이 6개월 단위로 구금 기간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행정 구금 상태다. 이스라엘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행정 구금을 연장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1970년대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와 비슷하다고 평가받기 시작했다. 2001년 세계 인종차별 반대 회의(더반 회의)에서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명시한 이래 오늘날 유엔 기관부터 국제적인 인권단체까지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규정한다. 이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사형법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더 강화했다.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절멸하려는 의도로 3년째 집단학살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안 지구에서 불법 정착촌을 계속 늘리면서 팔레스타인 땅과 재산을 빼앗고 인종차별 정책으로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전쟁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모든 외교, 무역 관계를 끊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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