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미국과 이란이 설정한 2주간의 휴전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양측은 8주째로 접어든 전쟁을 끝낼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엇갈리는 메시지와 이란 지도부의 권력 암투설이 맞물리며,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속출하는 메시지 혼선…전략적 교란인가 심리적 불안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종료 시점을 두고 혼선을 자초했다. 당초 21일로 예상됐던 시한을 22일 저녁(미 동부시간)으로 정정하며 협상 주도권을 쥐려 했으나, 세부 일정과 특사의 행방을 둘러싼 발언은 일관성을 잃은 모습이다.
특히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의 엇박자가 두드러진다. 폭스뉴스의 마리아 바티로모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정작 대통령 본인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협상은 21일부터”라고 밝혀 상당한 시차를 드러냈다.
협상팀의 핵심인 JD 밴스 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이 이미 파키스탄에 도착했거나 도착 직전”이라고 공언했으나, 실제 부통령은 여전히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이를 두고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해석과 함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통령의 초조함이 실무진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라는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란 지도부 ‘사분오열’…군부 실권 장악에 협상 표류
협상 파트너인 이란 내부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사후 권력을 승계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자취를 감추면서 ‘지도력 공백’ 사태가 불거졌다.
특히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선언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군부가 하루 만에 뒤집고 재봉쇄를 강행한 대목은 이란 내 온건파와 강경파의 극한 대립을 보여준다. 군부가 국정 결정권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나올지도 미지수다.
◇“모든 전력망 파괴” vs “동맹국 타격”…벼랑 끝 ‘치킨 게임’
현장의 긴장감은 폭발 직전이다. 미군의 해상 봉쇄를 돌파하려던 이란 화물선이 나포되자 양국 정상은 유례없는 거친 언사로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 가능성을 일축하며 “합의가 없다면 전쟁은 재개될 것이다. 이란의 모든 전력망과 교량을 파괴하겠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시한 내 굴복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국가 기반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이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강압과 강요에 의한 협상은 없다”라고 맞받아치며, “공습 재개 시 걸프국 동맹까지 타격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동맹국을 인질로 삼아 전면전 확전 불사 의지다.
양측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 7일 휴전 합의 직전까지 치달았던 극한 대치 양상과 판박이다. 남은 48시간이 평화 정착의 불씨를 살릴지, 아니면 중동 전역을 휩쓰는 거대한 화마로 번질지를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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