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돌아온 '바람'의 짱구, 타깃층이 너무 명확하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 그 후의 이야기가 17년 만에 '짱구'를 통해 공개된다. 배우 정우가 감독으로 데뷔해 직접 연출과 주연 연기를 동시에 해냈다.
정우가 각본에 참여했던 영화 '바람'은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남성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불법 다운로드 등을 포함해 재생 횟수는 천만 영화 이상일 정도라는 호평을 받으며 "그라믄 안돼", "마 쪼리나" 등의 명대사를 남긴 '바람'의 주인공 짱구의 귀환은 자연스럽게 기대를 불러왔다.
돌아온 짱구? '바람2'는 아니었네
그러나 '짱구'는 연장이 아닌 독립을 선택했다. '바람' 속 짱구라는 인물만 남았을 뿐, 세계관과 관계는 새로 짜였다.
10대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였던 '바람'과 달리, '짱구'는 어느덧 29살이 된 짱구가 배우라는 꿈 하나만을 보며 버티는 시간을 그린다.
고정 수입도 없이 서울 자취방에서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단역을 소화하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내는 짱구는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인물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분명 성장 이후의 이야기다. 그러나 화면 속 인물은 여전히 과거의 감정에 머물러 있다. 묘한 어긋남이다. 시간은 흘렀는데, 인물은 멈춰 있다.
이런 짱구의 모습은 1990년대 부산의 상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바람' 속 시간에서는 유효했다. 거칠고 미숙하지만 피가 끓는대로, 심장이 시키는대로 행동한다. 살벌한 비주얼, 낭만으로 무장한 땀냄새 나는 남고생들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재밌다.
다만, 2010년대 20대 후반 자취 청년으로 살아가는 짱구는 낭만은 빠지고 성장도 빠진 모습이다. '바람'의 비공식 천만 관객들이 같은 감성을 기대하고 봐서는 안 되는 영화다.
등장인물도 모두 다르다. '짱구'에서는 짱구를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 94년생 정수정, 95년생 신승호, 03년생 조범규가 정우와 또래 연기를 펼친다.
정우 또한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짱구'는 '바람2'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짱구'는 '바람' 시리즈가 아닌 그 이후의 이야기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점은 유의하고 관람해야 한다.
확실히 제가 이 영화의 타깃층은 아닌가 봐요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울렸던 '바람'처럼 '짱구'도 20대 여성이 타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극 중 정우의 마음을 훔친 민희(정수정)는 끝까지 신비로운 인물이다. 부산의 나이트클럽에서 놀던 짱구(정우)와 장재(신승호)는 여러 번의 부킹 끝에 뛰어난 미모의 민희를 만나고, 짱구는 그런 민희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민희는 사투리를 쓰는 부산 여자들과 달리 표준어를 구사하며 도회적이고 고혹한 분위기를 풍긴다.
부킹 후 값비싼 차를 몰고 나이트를 나가던 그는 길에 서 있는 짱구를 발견하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잡는가 하면, 이어지는 만남에 그를 호텔로 부르기까지 한다.
잤다고 해서 사귀는 건 아니라는 민희의 말, 남자와 여자가 바뀐 것 같다며 자신의 순수한 진심에 속앓이하는 짱구. 2026년을 살아가는 20대 여성으로서는 이해 못 할 대사와 설정들의 연속이다.
바보같이 순수하고 과하게 찌질한 짱구의 모습이 아직 낭만을 갖고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으로 보고 귀여워해야할지, 29살이 되도록 어리숙함을 벗지 못한 걸 보고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극 중 민희는 경제력 있는 예쁜 누나로 남자들의 로망이자 롤모델로 그려진다. 그러나 점점 조용한 바에서 부자 손님(현봉식)의 손을 잡고 '오빠'라고 부르는가 하면, 일본에서 살다 온 절친 수영 누나(권소현)과 유흥업소에 다니다가 카드빚을 갚지 못해 가게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소문 속의 여자로 변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본다고 생각해야 하는 상업영화다. 더 넓은 관객을 향해야 한다. 그러나 '짱구'의 시선은 기울어 있다. 확실한 30-40대 남성이라는 타깃층을 잡은 것일까.
영화를 볼 여성 관객들의 몰입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 전략이었다면 과감한 선택, 아니라면 분명한 한계다.
남자들의 로망인가 청춘을 향한 위로인가
정우는 '짱구'를 통해 교훈을 전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춘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영화의 방향은 다소 엇갈린다. 나이트 부킹 장면을 시작으로 여성은 그저 소비되는 대상으로 머문다. '짱구'에게 여성은 로망으로 소비될 뿐 위로하고 싶은 청춘은 아니었다.
2010년대가 되기 전 개봉한 '바람',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감성은 구시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2010년대를 배경으로 한 '짱구' 마저 그 결을 그대로 답습해야 했을까.
어쨌든 2026년에 공개되는 작품이라면, 그 간극을 한 번쯤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아이러니는 짙어진다. 수상한 점투성이지만 짱구의 불안을 잠재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가게의 어려움을 티 내지 않는 민희, 할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결국 호스트바의 길로 빠져버린 룸메이트 동생 깡냉이(조범규)의 서사가 오히려 주인공 짱구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관람 후 남는 질문은 선명하다. 짱구는 연기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뭘 노력했을까. 그가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던 걸까.
짱구는 꿈을 붙잡고 있었을 뿐, 그 과정은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다.
낭만을 그려 호평을 받은 '바람'과는 다른, 아쉬운 바람의 연속이다. 4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95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 = ㈜바이포엠스튜디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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