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박상은 셀프입니다”…네티즌들 사이서 궁금증 터진 '박상'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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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박상은 셀프입니다”…네티즌들 사이서 궁금증 터진 '박상'의 정체

위키트리 2026-04-21 0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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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박상은 셀프입니다"

'물과 박상은 셀프입니다' SNS 등에 올라와 궁금증 모은 사진 한 장.

최근 SNS에서 한 장의 식당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물, 박상은 셀프입니다"라고 적힌 문구인데,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수십 개의 댓글과 함께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박상이 대체 뭐야?", "박상 씨가 왜 셀프냐", "박상이 사람 이름 아니냐"는 식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처음 보는 단어 앞에서 독자들의 상상력은 제각각으로 튀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박상'은 사람 이름도 아니고, 메뉴판에 없는 음식의 고유명사도 아니다. 경상도 방언, 즉 동남 방언으로 '뻥튀기'를 가리키는 사투리 단어다.

경상도 사투리 사전에도 등재된 엄연한 방언 어휘로, 쌀이나 옥수수 등 곡물을 고압·고열로 순식간에 팽창시켜 만드는 뻥튀기를 경상도에서는 오랜 세월 '박상'이라 불러왔다. 이 단어에 생소한 타 지역 출신 네티즌들 눈에는 영락없이 성씨에 이름을 붙인 사람 이름처럼 읽혔고, 그게 하나의 밈처럼 번졌다.

경상도 식당 문화와 '박상'의 조합

최근 SNS에 올라와 관심 모은 '박상'이라는 단어.

"물, 박상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가 붙는 곳은 대부분 경상도 지역의 맥주집이나 일반 식당이다. 이 지역에서는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기본 찬처럼 뻥튀기를 내어놓는 관습이 있다.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 무료 서비스지만, 직원이 일일이 가져다주는 방식이 아니라 손님이 직접 통에서 덜어다 먹는 셀프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안내문 의미는 이렇다. 식수와 뻥튀기(박상)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직접 가져다 드시라는 것이다. 지역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장면인데, 경상도 밖에서는 박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어 혼선이 생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안내문을 두고 "박상의 반상(飯床) 오기가 아니냐", "밥상을 줄인 말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는 잘못된 추정이다. 박상은 반상이나 밥상과 무관하며, 경상도 방언 어휘집에 독립적으로 등재된 단어다.

방언이 밈이 되는 이유

이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한국어의 방언은 지역마다 표준어와 전혀 다른 어휘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 간 소통에서 예상치 못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특히 음식이나 식재료 관련 방언은 그 격차가 크다.

'부추? 정구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대표적인 사례가 부추다. 경상도와 전라도 일부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부부간의 정을 오래 유지해준다(精久持)"는 한자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해당 지역에서는 깊이 뿌리내린 단어다. 전라도에서는 '솔' 혹은 '소풀'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무슨 채소를 말하는지 바로 알아채기 어렵다.

제주도의 경우는 더 혼란스럽다. 제주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구마를 '감저'라 부르고, 일반 감자는 '지슬'이라 부른다. 육지에서 온 사람이 제주 식당이나 시장에서 "감자 있어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이 예상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제주 방언과 표준어 어휘가 충돌하는 사례 중 가장 빈번하게 꼽히는 경우다.

달고나 역시 지역에 따라 이름이 제각각이다. 경상도에서는 설탕을 녹여 찍어낸다는 동작에 착안해 '쪽자'라 부르고, 충청도에서는 '떼기', 호남 일부에서는 '오리떼기'라는 표현도 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달고나 뽑기가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정작 한국 안에서도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혼용되지만, 본래 강원도와 이북 지방에서 주로 쓰이던 방언이다. 무를 '무시' 혹은 '무수'라 부르는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 일부에서 여전히 통용되며, 식혜를 '단술'이라 부르는 것도 경상도 특유의 표현이다. 알코올 성분은 없지만 단맛이 나는 음료라는 뜻에서 단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감자가 지슬, 고구마는 감자(감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음식 관련 방언의 스펙트럼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상도에서는 오이를 '외'라고 부른다. 표준어에도 '외'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아, 경상도 시장에서 "외 얼마요?"라고 묻는 말을 처음 들으면 무엇을 사려는 건지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 고추는 '고치'라 불리는 경우가 많고, 배추는 '배차'라는 발음으로 통한다. "고치 한 근만 주소"나 "배차 한 포기 주이소" 같은 말은 경상도 재래시장에서 지금도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부침개 역시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표준어로는 부침개 혹은 전(煎)이라 부르지만,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지짐이' 또는 '지짐'이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 "지짐이 부친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기름에 지져낸다는 동작을 그대로 이름에 담은 방식이다. 같은 음식을 두고 서울 사람은 부침개, 전라도 사람은 지짐이라 말하는 상황이 실생활에서 종종 소통의 엇박자를 만들어낸다.

겨울철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도 마찬가지다. 전국 어디서나 붕어빵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것 같지만, 지역에 따라 '잉어빵', '국화빵', '풀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틀이 붕어 모양이냐, 잉어 모양이냐, 국화 모양이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지만, 같은 틀을 보고도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온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눈앞에 놓인 같은 사물을 두고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단어가 쓰인다는 점이 한국 방언의 특징이다.

국물 요리에서도 방언의 흔적이 뚜렷하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된장을 풀어 끓인 국을 '토장국'이라 부른다. 토장(土醬)은 된장을 가리키는 옛말로, 표준어 교육이 확산되기 전까지는 이 표현이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 지금은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주로 남아 있는 표현이다.

사물과 동식물에도 녹아 있는 지역 언어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표준어보다 한층 구어적이고 생동감 있는 표현들이 있다. 가위는 '가시개'라 불리며, "가시개 좀 가져온나"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가위를 찾는다는 걸 쉽게 유추하기 어렵다.

기저귀를 '기지개'라 부르는 것도 남부 지방에서 흔히 쓰이던 표현인데, 표준어에서 기지개가 '기지개를 켜다'라는 표현에 쓰이는 단어와 발음이 동일해 혼동이 생기기 쉽다.

충청도에는 "개갈 안 나다"는 표현이 있다. 일이 시원스럽게 마무리되지 않거나 찜찜하게 끝났을 때 쓰는 말로, 충청도 출신이 아니라면 문맥 없이 이 말만 들어서는 의미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전라도의 '허벌나게'는 '매우', '굉장히'에 해당하는 강조 부사로, "허벌나게 맛있다"처럼 쓰인다. 경상도에서는 아이가 철이 들었을 때 "시근이 들었다"는 표현을 쓴다.

대중화된 지역 언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방언은 틀린 말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

이런 방언들이 온라인에서 매번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웃기거나 낯설어서가 아니다. 한국어가 수백 년에 걸쳐 지역별로 다르게 발전해온 결과물이 방언이고, 그 안에는 해당 지역의 기후, 생활 방식, 역사적 배경이 함께 녹아 있다. 부추를 정구지라 부르게 된 데는 한자어 어원이 있고, 제주도에서 고구마와 감자 이름이 뒤바뀐 데는 섬이라는 고립된 지리 환경과 관련이 있다.

'박상'이라는 단어 하나가 인터넷 밈이 됐지만, 그 단어가 살아남은 것은 경상도의 식당 문화와 사람들이 수십 년간 그 표현을 자연스럽게 써온 덕분이다. 표준어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 방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이처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방식으로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우리말샘 등의 개방형 국어사전에는 이러한 방언 어휘들도 수록돼 있어, 궁금한 단어를 검색하면 어느 지역의 방언인지, 표준어로는 무엇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찾아보면 재밌는 다양한 사투리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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