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앞바다에 자리한 작은 섬, 쑥섬은 오랜 세월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무려 400년 동안 닫혀있던 이곳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6년의 일이다.
섬 전체에 쑥이 지천으로 자란다 하여 이름 붙여진 쑥섬은 이제 계절마다 수백 종의 꽃이 피어나는 해상 정원으로 변신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부터 자연의 순수함과 주민들의 정성이 어우러진 고흥 쑥섬을 소개한다.
400년의 시간을 간직한 난대 원시림
배에서 내려 섬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난대 원시림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스스로 자라난 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아주 오래전 자연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2017년 산림청이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을 만큼 보존 상태가 뛰어나며,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맑은 공기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휴식을 준다.
숲길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길목마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면 쑥섬이 간직한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숲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바다 풍경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선물이 된다.
바다를 품은 수국정원
쑥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섬 전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국정원이 펼쳐진다. 6월이면 정원 곳곳이 파스텔톤의 수국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전남 제1호 민간 정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푸른 남해를 뒤로하고 분홍색, 보라색, 하늘색 수국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정성껏 가꾼 꽃밭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다와 꽃이 하나가 된 꿈결 같은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주민들이 땀 흘려 일군 노력의 산물이다. 사계절 내내 400종 이상의 꽃들이 번갈아 피어나며 정원을 가득 채우지만, 바다를 닮은 수국이 만개하는 초여름은 쑥섬이 가장 빛나는 시기다. 정원 한쪽에 앉아 수국 너머로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이 왜 '바다 위 비밀정원'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깃든 돌담길
자연경관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돌담길이다. 수백 년 전 거센 바닷바람을 막고 생활 터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돌을 날라 쌓아 올린 이 담장들은 쑥섬의 역사와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섬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이어진 낮은 돌담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걷는 섬’인 만큼, 돌담을 따라 느릿하게 걷다 보면 섬마을 고유의 소박하고 정겨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두 개의 우물이 나란히 붙어 있는 '쌍 우물'이나 정겨운 이야기를 담은 '사랑의 돌담길' 같은 장소들은 주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골목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진다.
지속 가능한 생태 관광의 모범 사례
최근 쑥섬은 유엔 관광청(UN Tourism)의 ‘최우수 관광마을’ 대한민국 대표 후보로 선정되는가 하면, 문체부의 ‘로컬 100’에도 이름을 올리며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오직 풍경만 구경하고 떠나는 곳을 넘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면서도 지역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직접 정원을 가꾸고 섬이 가진 이야기를 여행객들에게 전하며, 지역 특산물인 쑥과 톳을 사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대접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서로 돕고 상생하는 길을 보여준다. 자연과 사람이 평화롭게 어우러진 쑥섬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 명소로 거듭나고 있으며,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휴식을 선사한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