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친분 맨덜슨 논란 계속…"보안심사 탈락 보고 못받았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주미 대사 임명과 관련한 정치적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며 "아동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피해자에게 다시 사과한다"고 말했다.
맨덜슨은 산업장관 재직 시절 중 정부 내부 정보를 엡스타인에게 유출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스타머 총리는 맨덜슨의 평판 위험을 알고도 그를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맨덜슨은 엡스타인 관련 추가 의혹으로 주미 대사에서 취임 9개월 만에 해임됐다.
지난주에는 지난해 1월 인사 검증 과정에 정부 공식 보안심사 기관(UKSV)이 맨덜슨을 탈락 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외무부가 보안자격 통과 결정을 내려 맨덜슨이 그대로 주미 대사로 부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하원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외무부 고위 행정직 공무원에게 돌리면서 야권의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2024년 12월 20일 맨덜슨 지명 발표, 2024년 12월 23일 UKSV의 보안심사 돌입, 2025년 1월 28일 UKSV의 심사 탈락 권고, 2025년 1월 29일 외무부의 보안 승인 결정 등 인사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보안심사 탈락을 알았더라면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무부 행정직 고위 공무원이 총리는 물론이고 당시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 부총리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당시에는 임명 발표 후 취임 전까지 UKSV 심사를 받는 게 일반 관행이라서 그렇게 했지만, 맨덜슨 논란 이후로는 보안심사를 통과해야 지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절차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스타머 총리가 그동안 의회에서 맨덜슨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고 거듭 말했다는 점에서 스타머 총리가 의회와 국민을 오도한 것이라며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임명 전에 이미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었다면서 스타머 총리가 정말 맨덜슨 보안심사 탈락에 관해 듣지 못했는지, 마땅히 의심해야 하는데도 답을 듣고 싶지 않아서 묻지 않았던 게 아닌지 캐물으면서 공세를 펼쳤다.
스타머 총리가 보안심사 탈락 정보를 총리실에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물어 해임한 외무부 최고위 행정직 올리 로빈스 전 상임 차관은 21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내달 7일 잉글랜드 지방선거와 웨일스·스코틀랜드 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한 스타머 총리와 집권 노동당에 큰 악재다.
스타머 총리로서는 자리보전을 위해 야권보다도 노동당 하원의원들의 입장이 중요한데, 당내에선 지지율 급락이 스타머 총리의 국정운영 방향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적지 않다.
지난 2월 맨덜슨 사태에 따른 극심한 노동당 내부 반발로 사임 요구가 이어지면서 스타머 총리는 큰 위기에 몰렸다가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가까스로 교체 위기에서 벗어났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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