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20일(현지 시각)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금융 안정성과 각국의 경제 정책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이라기보다 사실상 투자 상품에 더 가깝다고 진단하며, 각국이 규제 공조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맞춰 가격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알려져 있어 가상자산 거래의 중간 수단이나 자금 대피처로 널리 쓰인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와 서클의 USD코인(USDC)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데 코스 사무총장은 이런 구조만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쓰이는 일상적 결제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겉으로는 현금과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준비자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민간 금융상품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용자가 언제든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믿더라도, 그 뒷받침이 되는 자산 구성이 흔들리면 신뢰 역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준비자산의 구성이다. USDT와 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단기 미 국채와 은행 예금 등을 바탕으로 가치를 유지한다. 평상시에는 비교적 안전해 보이지만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빼내려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준비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특정 코인 발행사에 그치지 않고 단기자금시장과 은행권, 나아가 다른 금융시장으로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다. 대규모 환매 요구가 쏟아지면 준비자산 매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이는 시장 금리와 유동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BIS의 우려다. 안정성을 내세운 자산이 오히려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 법정화폐와 사실상 경쟁하는 단계로 가면 문제가 한층 복잡해진다고 봤다. 특정 민간 발행 코인이 국경을 넘어 대규모로 유통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달 경로가 흔들릴 수 있고, 자금 이동에 대한 통제력도 약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달러 기반 코인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비달러권 국가들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가상자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계심이 커진다. 민간이 발행한 디지털 자산이 결제와 자산 보관 기능을 동시에 넓혀 갈 경우 금융 주권과 외환 정책, 자본 유출입 관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IS가 스테이블코인을 기술 혁신의 산물로만 보지 않고 국제 금융질서 차원의 과제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국가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와 유통이 국경을 쉽게 넘나드는 만큼, 발행 구조와 준비자산 운용, 환매 장치, 공시 기준 등에 대해 국제 사회가 공통된 규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규제 공백이 남아 있으면 자금은 가장 느슨한 지역으로 몰리고, 그 여파는 결국 전 세계가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BIS는 속도보다 안정성이 먼저라고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진 뒤 뒤늦게 대응하면 충격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제 규제 논의에 다시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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