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법무법인 바른이 20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에서 토큰증권(STO) 세미나를 열고 제도화 이후 시장의 핵심 과제로 증권성 판단, 장외 유통 인프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체계 등을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토큰증권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보다 “어떤 자산을 어떤 구조로 증권화하고, 어디서 유통하며, 무엇으로 결제할 것인가”가 시장의 실질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는 ‘법적 테두리에 들어온 토큰증권(STO) 그 현황 및 활용에 대하여’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의 인사말에 이어 이혜준 바른 변호사, 김경업 오픈에셋 대표,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추진TF 부서장, 최진혁 바른 변호사가 차례로 발표했다. 세션 주제는 각각 토큰증권 법제화 쟁점,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혁신, 온체인 기반 자본시장 인프라, 토큰증권 활용 및 지원 방안으로 구성됐다.
▲ 법은 열렸지만, 판단 기준은 남았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토큰증권의 법적 지위와 증권성 판단 문제가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지난 1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토대는 마련됐지만, 실제 사업화 단계에서는 어떤 권리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가르는 작업이 핵심 변수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도 토큰증권을 새로운 자산이 아니라 기존 증권의 발행 형식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어, 토큰 형태로 발행되더라도 공시·인가·불공정거래 규제는 그대로 적용된다.
▲ 유통의 출발점은 장외시장
김완성 코스콤 부서장은 세 번째 세션에서 토큰증권 유통 인프라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공개된 발표 내용에 따르면 코스콤은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을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권리관계와 발행·유통·결제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두고 있다. 권리 기록의 기준은 분산원장으로 옮겨가지만, 총량 관리 등 핵심 후선 기능은 예탁결제원이 맡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 관리와 예수금·잔고 관리,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은 증권사가 담당하고 플랫폼은 중개와 시스템 운영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도 제시됐다.
개정 자본시장법으로 투자계약증권 유통과 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의 장외 다자간 중개 제도가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초기 토큰증권 시장은 거래소 상장시장보다 장외 유통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결국 누가 표준화된 유통 구조와 계좌관리 체계를 먼저 갖추느냐가 초기 주도권을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 결제의 빈칸,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날 세미나에서 또 다른 축은 결제 인프라였다. 김경업 오픈에셋 대표는 ‘토큰증권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미나 소개 자료에서도 바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인프라의 연계를 핵심 논점으로 제시했다. 자산을 토큰화하더라도 결제가 기존 계좌 체계에 머물면 온체인 거래의 효율성이 제한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수단이 토큰증권 확산의 전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제 방식과 관련해서는 준실시간 구조와 아토믹 세틀먼트 가능성이 함께 언급됐다. 김 부서장은 현재 토큰증권 결제 구조로 하루 2회 수준의 주기적 결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향후에는 토큰증권과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교환하는 아토믹 세틀먼트 구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니라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보는 배경이다.
실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안서는 토큰증권 결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카이아 재단 측 공개 제안서는 준비자산과 발행량의 일치, 역할 기반 권한 분리, 다자 승인, AML·KYT 내재화, 위기 시 운영 모드 전환 등을 핵심 설계 요소로 제시하면서 토큰화 자산의 매입·배당·환매 과정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온체인 화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거래와 결제를 동시에 끝내는 실시간 동시 정산을 구현하려면 안정적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사업화, 결국 구조 설계의 문제
마지막 세션에서는 토큰증권의 활용 분야와 기업 대응 방안도 다뤄졌다. 법무법인 바른은 기업이 제도 변화에 맞춰 사업 전략 수립과 법적 리스크 점검을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실물자산, 프로젝트 수익권, 비상장주식, 콘텐츠 IP 등이 토큰증권 활용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가치평가와 투자자 보호, 공시 체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토큰증권 관련 논의가 법 개정 여부 자체보다 제도 시행 이후의 구체적 시장 구조에 집중됐다. 발표자들은 증권성 판단 기준, 장외 유통 플랫폼 인가 및 운영 체계, 결제 인프라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토큰증권 시장의 형성 속도와 사업화 범위는 향후 관련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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