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오랜 세월 한강과 함께 살아온 도시다. 이포보를 비롯한 3개 보는 가뭄과 수해로부터 시민을 지켜온 기반시설이자 여주의 삶을 지탱해 온 상징이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체육·휴식시설과 서울에서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여주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나아가 한강 물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로 공급되는 국가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지금 ‘소멸’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지역소멸지수는 0.5에 근접하고 한 해 출생아 400여명에 비해 사망자는 1천여명에 달한다.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인 붕괴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답이 없다. 공장을 유치하고 인구를 늘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산업의 중심이 된 지금 지역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정체성’에서 나온다. 여주는 그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세종대왕릉과 신륵사, 명성황후 생가 등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 여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자산이다. 여기에 남한강변의 자연환경과 체육 인프라, 최근 확산되는 파크골프문화까지 더해진다면 여주는 충분히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전국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전남 함평은 나비축제로, 강원 화천은 빙어축제로 지역을 살려냈다.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활용하지 못해 뒤처진 것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결국 지역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다. 출산장려금과 각종 지원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다시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이웃 이천은 과학고를 유치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과 지역 인사들이 뜻을 모은 결과다. 지금 여주에도 이런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의 자녀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성장하고, 그 역량으로 다시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장학제도와 교육 기반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역의 미래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지금 여주가 해야 할 선택은 분명하다. 인재를 키우지 못하면 도시의 미래도 없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