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많이 나아졌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라는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인천의 현장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 말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제도는 늘었다고 하지만 삶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고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의 정책은 여전히 ‘보여주기식 개선’에 머물러 있고 그 사이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일상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며 쉽게 끊어지고 있다.
필자는 ‘불편’이라는 말로 포장된 문제들이 사실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는 것을 수없이 확인해 왔다. 이동권이 대표적이다. 저상버스가 늘었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시간과 노선에서는 이용이 어렵고 지하철 역사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수십분을 기다리다 결국 이동을 포기하거나 평균 대기시간이 25분이라고는 하나 1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한 ‘장애인콜택시’라 불리는 특별교통수단 등의 사례들은 필자도 직접 겪었고 겪고 있는, 보통의 장애인들이 인천 곳곳에서 접하는 반복된 일상이다. 숫자는 채워졌지만 권리는 비어 있기에 이러한 불편들은 교육을 포기하게 만들고, 일자리를 제한하며, 사회적 관계를 끊어내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
생활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지역 다수의 음식점은 여전히 경사로조차 없고, 지원사업은 존재하지만 생색내기에 그치며 그마저 절차는 복잡하고 실효성은 낮다. 점검과 단속 역시 형식에 그치면서 결국 장애인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따로 찾아야 한다. 아울러 키오스크 확산 등 발전된 디지털 정보 기술 앞에서 장애인의 접근권은 제한되고 있으며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 접근권과 선택권의 제한은 명백한 차별이다.
고용 문제 역시 심각하다. 많은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회피하고 부담금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고용이 늘었다고 하지만 보호고용에 머무르거나 경력 개발의 기회 없이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동권 보장은 ‘최소 기준’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 재설계돼야 한다. 단순히 시설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인천광역시는 이동권 실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이용자 중심 평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편의시설과 디지털 접근성은 법적 의무를 넘어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누구를 배제하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기술은 차별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고용 정책은 ‘양’이 아니라 ‘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부담금제도를 강화해 ‘고용 회피’가 더 이상 유리한 선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 노동권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러한 권리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 또 당사자의 경험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가장 정확한 데이터이기에 ‘당사자 참여’가 보장된 정책을 현장에서 작동시켜야 한다. 장애인의 날은 기념과 축하의 날이 아니라 점검과 질문이 전제된 차별철폐의 날이어야 한다. 그래서 얼마나 바뀌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인천에서 반복되는 배제와 반인권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방치해 온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권리는 선언이나 기념으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바뀌어야 할 것은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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