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업통상부
미국·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약 1400만배럴의 원유가 순차적으로 한국을 향하고 있다. 내달 8일 대산항에도 100만 배럴이 도착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앞서 호르무즈해협에 묶인 선박은 26척으로 국내 정유사 유조선은 7척, 국적 선사 선박은 4척이다. 이들 유조선에 실린 원유 물량은 약 1400만 배럴로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 290만배럴 기준 약 4.8일분에 해당한다. 이 중 몰타 국적의 원유 운반선 ‘오데사호’가 내달 8일경 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충남 서산 대산화학단지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의 계약 물량이다. 충남 석화업계 관계자는 “전쟁 직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지난달 20일 대산항에 입항한 ‘이글 벨로어호’ 이후 첫 물량”이라며 “이번 100만 배럴 물량은 국내 하루 소비량의 3분의 1 수준, 정유공장 기준으로도 며칠 가동 분량에 불과하지만 생산 차질을 낮추는 단비”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싱가포르 국적 석유제품 운반선 ‘내비게이트 맥앨리스터호’는 내달 9일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약 6만톤의 나프타가 선적됐다고 알려졌다. 대전의 한 산업공학과 A 교수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중질유 비중이 높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 대체가 쉽지 않다. 이번 물량 유입은 단순한 수급 보충을 넘어 정제·화학 제품 생산과 수출 흐름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릴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재봉쇄하면서 해상 물류가 다시 멈춰 섰다. 이에 업계는 단순한 수급 부족보다 ‘의사결정 불능’ 상황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선박은 한 번 출항하면 보험료·용선료·항만 일정이 연쇄적으로 묶이는 탓에 통항 조건이 하루 단위로 바뀌면 재고를 더 쌓을지, 도입 시점을 늦출지, 대체 공급선을 확보할지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A 교수는 “정부와 업계가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홍해 우회 수송에 나서면서 일부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약 5건 안팎의 계약이 체결돼 유조선당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운송되고 있다”며 “다만 홍해 경로는 수송 능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가격과 수급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한편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충남 서산 대산석화단지가 ‘저장·중계 거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한국을 동북아 비축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도권과 인접하고 정유·석유화학 설비가 결합된 대산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현재 구조조정 중인 NCC(나프타 분해시설) 감축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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