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vs 통제 논쟁 다시 불붙나…노조 회계 공시 ‘자율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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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vs 통제 논쟁 다시 불붙나…노조 회계 공시 ‘자율론’ 부상

투데이신문 2026-04-20 18:30: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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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2023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2023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시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노동조합 회계 공시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상급단체와 산하 노조를 함께 불이익 대상으로 묶는 ‘연좌제’를 손질하는 방향의 개편안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제도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실무 협의 과정에서 노조 회계 공시 개편안을 제시했다. 해당 개편안에는 양대노총에 공시 대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급 단체와 산하 노조 간 ‘연좌제’ 부분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조 회계 공시는 노동조합이 조합비 등 수입·지출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한 제도다. 윤석열 정부 당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도입됐으며 일정 기준에 따라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조합비에 대한 15%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설계됐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노조법상 회계 장부 비치·보존 의무와 조합원의 열람권은 존재했다. 그러나 정부 시스템에 회계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합비 세액공제를 제한하는 방식의 제도는 없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상급단체와 하급단체를 함께 묶는 구조까지 도입해 논란을 키웠다. 소속 노조가 자체적으로 회계를 공시했더라도 상급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해당 노조 조합원 역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지부가 회계 자료를 성실히 공시했더라도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현장 노조가 의무를 이행해도 상급단체의 미공시 책임까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제도 전면 폐지 대신 우선 연좌제 성격이 강한 부분부터 손질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의 경우 상급단체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노조가 자체 공시만 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연계 불이익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정부 회계공시 시스템이 아닌 노조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회계 자료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개편안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연좌제 폐지 등 제도 손질을 위해서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 노정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적용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양대 노총은 정부 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초 이전 정부에서 노동 탄압을 취지로 부당하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일부 완화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도입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논란이었던 ‘연좌제’ 성격을 일부 완화하는 조치이기는 하지만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한 기본 틀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또 공시 참여는 자율에 맡기되 별도의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노조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는 차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정흥준 교수는 “노동조합이 책임 있는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서 회계 운영 상황을 사회에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이 같은 공시가 세액공제와 연동된 제재 수단으로 작동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 문제를 부각했지만 실제 노동조합 회계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노동조합 운영이 과거보다 체계화됐고 내부 경쟁 구조도 작동하면서 회계 투명성 역시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방식으로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회계 공시에 참여하도록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그 인센티브가 꼭 세액 공제는 아닐 수도 있다”며 “노동정책 결정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 등이 더 의미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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