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해외 병행·직구 상품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유해 성분 반입 등의 오류가 유통 단계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면서 안전 사각지대가 확장, 제도 공백의 부작용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2조254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지난해 해외리콜 제품의 국내 유통 확인 건수는 1396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국내 유통이 처음 확인돼 시정조치한 사례는 전년보다 43.2% 늘어난 826건에 달했다. 직구 시장이 커지는 만큼 신규 위해물품 유입도 함께 증가한 셈이다.
국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구매대행 상품은 판매 주체와 연락 창구, 환불·분쟁 대응 경로 파악이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은 본사가 해외에 있는 데다 현지 판매자가 직접 입점하는 구조여서 국내 법규에 맞춘 성분 표시나 인증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의무 표시 대상 품목이라도 일반 공산품으로 우회 등록하면 별다른 제약 없이 유통될 수 있어 안전 정보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유해성이 확인된 뒤에야 상품을 차단하는 사후 조치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의 규제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맺고 지난해 10월 말까지 1915건의 유해 제품 유통을 차단한 바 있다.
플랫폼이 과거 차단 이력을 바탕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가동해 적발된 제품의 재등록을 막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이 방식은 이미 적발된 상품의 재유통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해물품을 차단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성분 기준으로 직구 상품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국가마다 안전기준과 표시 규제가 다르고 해외에선 합법인 제품이 국내에선 규제 대상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품목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신종 상품까지 등장하며 감시망의 효력이 반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안전주의보를 내린 ‘코 흡입 에너지바’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상품은 명확한 기준의 부재로 판매 전 관리가 어려워 플랫폼 자체 선별 과정에서 누락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제도로는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상품의 유해 성분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위해물품의 판매를 차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유해 정보를 확실하게 알리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모든 위해물품에 대한 보호가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 역시 제품을 구매하기 전 유해 요소를 꼼꼼히 확인하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계 당국도 시장 리스크를 인지하고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관련 부서는 국제회의와 세미나 등을 통해 각국의 대응 사례를 공유하며 시장 리스크를 방어할 사업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시행안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 주요국도 비슷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일반제품안전규정(GPSR)을 통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안전 책임과 당국 협조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민간 단위에서도 AI 기반의 규제 모니터링 프로그램 개발이 한창이다. 제품 등록 단계에서 유해 가능성을 탐지해 플랫폼에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다만 막대한 구축 비용과 정상 상품 오차단에 따른 플랫폼의 배상 책임이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적 대안이 존재함에도 현장 적용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가 확인된 뒤에야 판매를 중단하는 사후 대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에 고위험 품목부터 성분·용도·인증정보를 구조화해 입력받고, 정부와 플랫폼 간 연계를 통해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제 차단에 나선 플랫폼이 오차단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지 않도록 제도적 완충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용 한국소비자원 위해관리팀장은 “현실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 유입 문제를 당장 완벽히 해결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위험 요소를 지닌 제품이 유통되지 않게 원천적으로 막고 부득이 유통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 최대한 신속히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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