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김 의장이 이번에는 총수로서의 책임과 공시 의무를 짊어지게 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친족 경영' 예외 요건 충족했나… 140억 보수 수령이 변수
20일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정 시한인 내달 1일까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김범석)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대목은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 일가의 '경영 참여' 여부다.
현행 시행령상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려면 ▲자연인 지정 시와 기업집단 범위 차이가 없고 ▲친족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며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어야 한다는 예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2021년부터 4년간 보수와 주식(RSU)을 포함해 약 140억 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며 '실질적 경영 참여' 의혹이 짙어진 상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역시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가 확인되면 개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원칙론을 고수한 바 있다.
쿠팡 "동생은 미등기 임원" 반박… 자료 제출 놓고 '신경전'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이 미국 법인(쿠팡 Inc) 소속 미등기 임원일 뿐 국내 계열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동일인 유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의장 또한 과거 '친족 경영 참여 시 동일인 변경 수용' 서약서를 제출하며 맞서왔다.
양측의 갈등은 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노출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요구 자료 일부를 순순히 내지 않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검토 중이다. 과거 김 의장이 친족 15명을 누락해 경고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자료 제출 비협조가 동일인 지정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일인 김범석' 확정 시 규제 지형 급변
판단이 바뀌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쿠팡의 규제 지형은 완전히 달라진다. 총수 개인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 친족 회사의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최근 '두나무'가 새 시행령을 통해 법인 동일인으로 전환된 사례와 대조되는데, 쿠팡은 가족 관련 보수 논란이 불거진 만큼 공정위가 '두나무식 예외'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경영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법인 뒤에 숨은 책임 회피'라는 여론의 비판을 잠재울 지배구조 개편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주 위원장의 최종 보고를 거쳐 내주 중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쿠팡이 포스코 · KT 등과 같은 '오너 없는 기업'으로 남을지, 아니면 '자연인 총수 체제'로 전환될지 공정위의 선택에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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