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5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2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오월드 재창조 사업의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생포된 뒤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늑구의 무사 귀환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통해 대전시가 추진 중인 오월드 재창조 사업과 동물원 운영·관리 방식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대전충남녹색연합, 보문산난개발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진보 정당 등 5개 환경단체는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월드 재창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생태동물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도 동물복지를 중심에 둔 운영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람 중심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줄이고 소음과 조명, 인위적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동물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월드 재창조 사업에 포함된 늑대 인근 글램핑장 조성 계획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탈출 사태 때 각인된 것처럼 야행성인 늑대가 지내는 공간 옆 야간 활동과 소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숙박·체험 시설을 들이는 구상이 늑대를 비롯해 다른 동물의 야생성과 휴식권을 해칠 수 있고, 상시적인 소음과 관람이 스트레스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미 조성된 관람용 공중 데크와 음악 등 기존 사육·관람 환경 역시 늑대의 생태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오월드 재창조 사업은 2031년까지 3300억 원을 들여 신규 놀이시설을 확충하고 사파리 면적을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전시는 노후한 오월드를 중부권 최대 테마공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환경단체는 이번 늑구 탈출을 계기로 동물을 오락시설의 부속물처럼 다루는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늑구가 탈출한 8일보다 앞선 4월 6일에도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놀이시설 중심 재창조 사업에 반대하며 공영동물원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논란은 사업 내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늑구 생포 이후 이장우 대전시장이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 "늑구가 돌아오니 축구, 야구 모두 승리했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을 두고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날 회견에서 조수영 정의당 대전시당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장은 "늑구 탈출 사태를 겪은 뒤 구조적 문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고, 연고지 스포츠 성적과 연결해 소비하는 태도 자체가 동물권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 등은 오월드 재창조 사업과 관련해 사업변경이나 재검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5개 환경단체는 "3년 전부터 대전동물원의 운영 방식과 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앞으로도 사업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질의서나 간담회 등을 통해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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