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원금-재난지원금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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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지원금-재난지원금 평행이론

일요시사 2026-04-20 17:2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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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공성전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 경제에도 미치기 시작한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근 ‘돈 풀기’에 나섰다.

지난 10일 중동 전쟁에서 시작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이른바 ‘전쟁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 26조2000억원 규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4조8000억원에 달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정부 원안대로 확정되면서 국민의 70%인 3256만명이 1인당 10만~60만원을 받는다.

전쟁 핑계?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나타난 고유가, 고물가 상황에서 국민 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오는 27일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대상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다음 달 18일부터는 국민 70%를 소득 기준 등으로 선별해 준다.

정부는 지방으로 갈수록, 취약계층일수록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55만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대상자에는 45만원을 지급한다. 지원 대상자가 비수도권, 인구 감소 지역 주민이면 1인당 5만원씩 더 받는다.

그 외 70% 국민에게는 거주 지역별로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 감소 지역 중 우대 지원 지역 20만원, 인구 감소 지역 중 특별 지원 지역 25만원을 지급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2월 말에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원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경안을 원안대로 처리하는 데 합의했지만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도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 ‘선거용 매표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용 추경이 아니라 전쟁 추경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전쟁 여파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에 위기가 닥치고 있기에 지원금을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이재명정부가 지급하는 두 번째 현금성 지원이다. 앞서 이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약 13조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1인당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지원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망가진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일각에서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문재인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과 오버랩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정부는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사회에 악영향이 가해지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등은 때아닌 전염병의 창궐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경기 부양, 생계 유지 등 재난지원금의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했지만 지급 결정 시기가 공교로웠다.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일 때였던 것.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금권선거’라며 맹비난했다. ‘포퓰리즘(인기 영합)’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인 민주당은 민생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민생 안정 VS 매표 행위
대법원 “금권선거 아냐”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면서 또다시 민생 안정과 포퓰리즘이라는 이슈가 맞부딪친 것이다. 여기에 당시 재보궐선거는 서울과 부산시장의 궐위로 진행된 터라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 비위 문제로 동시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1, 2위 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였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여당으로선 서울과 부산 모두 민주당 인사의 문제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면서 궁지에 몰린 감도 없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4차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두고 정치적 논쟁이 불붙었다.

다만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전 대전시당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은 대전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21대 국회의원 선거 무효 소송을 냈다. 총선 직전 대전시와 유성구가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시민에게 각종 지원금을 지원한 것이 권력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금권선거에 해당해 제3자에 의한 선거 과정상 위법행위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제3자에 의한 선거 과정의 위법행위가 있는데도 대전선관위가 이를 묵인,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금권선거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따른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난지원금을 선거인들에게 지급한 행위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원고들을 낙선시키려는 행위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제3자에 의한 선거 과정상 위법행위가 존재하지 않아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없다”며 장 대표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원도 정치적인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이 아니라 정치 성향에 따라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관해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2%가 ‘잘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은 38%였다. 앞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보다 긍정 평가 비율이 높아졌다. 당시에는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이 34%,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55%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지 정당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다. 민주당 지지층(77%)과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층(73%)에서는 긍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74%)과 보수층(60%)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다.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 60% 중반의 긍정률이 나타났고 직업군 중에서는 자영업자의 찬성 여론(60%)이 높았다.

정치적 논쟁

1~2차에 걸쳐 지급되는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오는 8월31일까지 모두 사용해야 한다. 그때까지 남은 잔액은 국고로 환수된다. 그간 선거 결과를 보면 현금성 지원이 승리를 장담하진 않았다. 선거 기간에 부동산 등 다른 문제가 불거지면 지원금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의견도 있다. 6·3 지방선거는 이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구 선거다. 중동 전쟁과 맞물린 피해지원금 지급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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