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장들의 슬픈 현실…조건 따지면 백수, 안 따지면 미래 암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미래 가장들의 슬픈 현실…조건 따지면 백수, 안 따지면 미래 암울

르데스크 2026-04-20 16:48:14 신고

최소 10년 내에 한 가정을 일구게 될 청년 남성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대학 졸업 후 당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이나 출산 등을 생각해 일정 수준 이상의 처우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곤 있지만 갈수록 그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대로 당장의 경제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조건을 낮추자니 결혼이나 출산이 부담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 남성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미래 설계가 가능하게끔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 노력과 구조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년째 취준생 신세에도 눈 못 낮추는 청년 남성들, 갈수록 높아지는 대기업 취직 문턱

 

김성우 씨(남·가명·30)는 누구나 알만한 명문대를 졸업한 지 무려 4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세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900점대 초반의 토익 점수와 취업에 필요한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소위 말하는 '백수'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그럼에도 변함없이 대기업 입사가 목표다. 잠시나마 '눈을 낮춰볼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대기업 수준의 연봉이 아니라면 결혼이나 출산은 엄두도 못 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 결혼과 출산을 꿈꾸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청년 남성들이 취업난에 가로막혀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캠퍼스 전경.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김 씨는 "몇 년 전부터 경력직 선호 현상 때문에 신입 공채가 줄어든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AI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며 "지난해부터 신입 공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은 일단 취업을 한 후에 차차 단계를 밟아나가도 충분히 늦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도저히 대기업 취직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미 취업한 친구들은 전부 알아주는 기업에 다니고 있다 보니 비교가 되기도 하고 그런 친구들마저도 나중에 가장 역할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빠듯할 것 같다고 말하니 도저히 눈을 낮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14일 발표한 보고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추세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청년층(25~3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2%에 불과했다. 반대로 보면 10명 중 2명이 '백수'라는 의미다. 무려 90%를 기록했던 2000년과도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OECD 평균 경제활동 참가율(91%)과도 상당한 격차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61.2%에서 지난해 64.5%로 상승했다. 결국 남성 청년들만 경제활동과 동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이유로는 고학력 여성 증가, 고령화에 따른 기성세대의 경제활동 기간 증가, AI기술 발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지목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기업 선호'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34세 청년층 28.7%가 대기업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3%, 1.7% 등에 불과했다.


▲ 중소·벤처기업의 인력난은 청년 남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일자리 부족보다 '일자리 선택'의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해운선사 해기사 취업박람회' 면접 현장.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의 인력난 역시 청년층의 대기업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산업 전반의 인력 부족 규모는 46만9000명, 부족률은 2.5% 등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8%로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대기업(1.2%)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종업원 300명 이상 사업장의 미충원율은 5.8% 수준인데 반해 300명 미만은 무려 8.7%에 달했다. 청년 남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결국 일자리 부족 보다는 일자리를 고르기 때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가장 역할 하려면 대기업 외엔 답 없다" 경제적 책임 스스로 자처한 한국의 청년 남성들

 

청년 남성들이 일자리를 고르는 결정적 이유는 미래에 대한 걱정 혹은 부담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우가 크게 다르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선 자연스레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종국엔 대기업 문턱만 두드리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 등이었다.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이 몰려 있는 20대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1.53배 수준인데 반해 50대에는 무려 2.8배까지 차이가 났다. 초봉에서 생겨난 간극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지는 셈이다.

 

또한 청년 남성들은 결혼이나 출산 등 미래 인생 설계에 부분에서 여성에 비해 경제적 문제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제2차 국민 인구행태조사(20∼44세 미·기혼 남·여 각 500명)' 결과에 따르면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비율은 미혼 남성 41.5%, 미혼 여성 55.4% 등이었다. 결혼 의향이 없거나 망설이는 이유로 미혼 남성은 '결홍·생활 비용 부담(21.5%)'을, 미혼 여성은 '기대에 맞는 상대가 없음(19.5%)'을 각각 가장 많이 꼽았다.

  

▲ 청년 남성은 결혼과 출산 등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여성보다 경제적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사내 결혼식. [사진=연합뉴스]

 

출산도 비슷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2024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 모두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지만 그 비율은 남성이 월등히 높았다. 남성 31.2%, 여성 27.2% 등이었다. 또 같은 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자녀 출산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자녀 양육 비용이 부담 돼서'라고 답한 이들 중 남성의 비율은 19.8%에 달하는 데 반해 여성은 6.9% 수준에 머물렀다. 대신 여성은 '임신·출산·양육이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 항목을 선택한 비중 44.9%로 남성(34.2%)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미혼남녀 모두 출산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남성은 경제적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반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 자체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청년 남성들의 취업률이 갈수록 저조해지는 결정적 이유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비롯된 결혼·출산에 대한 경제적 책임과 부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결혼과 출산을 하려면 경제적으로 부양 능력을 갖춰야 된다고 판단해 처우가 좋은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결국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에게 가정의 경제직 기둥이라는 가부장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실제 청년들은 중소기업의 처우로는 미래의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다녀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의 구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 재수를 선택하는 심리 이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SNS 등을 통해 타인의 화려한 삶을 상시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를 갖는 것 자체를 인생의 낙오자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