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이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상세설계를 맡느냐"에 있지 않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 즉 한국형 구축함의 설계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함정 획득 구조를 따르면서도, 중간 단계에서 사업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후속 단계를 이어받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KDDX는 경쟁입찰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흐름이 끊겼다. 이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연속 사업'이 아니라, 사실상 설계 체계를 다시 평가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의 의미가 다시 떠오른다. 개념설계는 함정의 임무 개념, 전투체계 구조, 센서와 무장의 배치 방향 등 전체 플랫폼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다. 쉽게 말해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실제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해 어떻게 만들지를 결정하는 단계가 바로 기본설계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보안 감점 연장과 같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양사의 설계 역량이 이번 입찰 결과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KDDX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이제껏 함정 건조 사업의 경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한 업체가 수행, 사업이 사실상 연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전부터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KDDX 기본설계 내용에 대한 공유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자사의 영업기밀이 담긴 14개 항목을 제외하고 한화오션에 기본설계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방사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모든 정보를 제공키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HD현대중공업은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오는 22일(수) 법원이 직접 해당 14개 항목을 열람하고 이들의 영업기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어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KDDX 사업은 추가 지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KDDX 이후의 흐름이다. 최근 방산 산업은 단일 국가 중심의 독자 개발에서 벗어나, 공동개발·기술협력·수출 연계형 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함정 사업 역시 예외가 아니며, 향후 구축함 사업은 특정 국가 내부 수요만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해외 수출과 연계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KDDX는 단순히 6척의 구축함을 만드는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향후 한국형 구축함 플랫폼의 기준을 설정하는 사업, 나아가 수출형 전투함의 원형을 만드는 사업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결국 이번 사업에서 선택되는 설계 방향은 향후 수십 년간 한국 해군 전력 구조뿐 아니라, K-방산의 해양 플랫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DDX를 두고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설계 기준을 결정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KDDX를 '사실상 마지막 국내 설계 주도 구축함'으로 보는 시각도 설득력을 갖는다. 향후 사업이 협력형·수출형으로 재편될 경우, 순수 국내 기준으로 설계 주도권을 경쟁하는 사례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KDDX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지금,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이나 단기 성과가 아니다. 누가 더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제시하느냐보다, 누가 한국형 구축함의 기준을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사업의 본질에 더 가깝다.
그런 점에서 KDDX는 단순한 구축함 사업이 아니라, 향후 한국 해군과 K-방산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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