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하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양강인 서클과 테더가 한국에서 상표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도화 방향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시장에선 벌써부터 ‘입구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 상표 분류 통계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최근 2년 사이 한국 내 상표 출원을 집중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클은 한국에서 모두 11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 가운데 8건이 지난해, 3건이 올해 접수됐다. 테더도 모두 6건의 상표를 출원했는데, 올해 2건, 지난해 2건이 포함됐다. 국내 제도 정비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글로벌 사업자들이 가장 먼저 이름표부터 붙여놓고 들어오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선 상표 출원이 곧바로 사업 진출을 뜻하진 않지만, 최소한 한국 시장을 전략 지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 또는 국채 등 안전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자산이다. 최근 국내에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급결제와 송금, 디지털 자산 거래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업계에선 제도가 한 번 열리면 먼저 브랜드와 인지도를 확보한 사업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서클과 테더가 상표권 확보에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클은 USDC, 테더는 USDT를 앞세워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들에겐 한국이 단순한 주변 시장이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 참여도가 높고, 원화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규제 문턱이 높은 대신 제도권 편입이 이뤄질 경우 시장 신뢰가 빠르게 쌓이는 곳으로 꼽힌다. 해외 사업자 입장에선 규제가 정리된 뒤 들어오는 것보다, 제도 논의가 한창일 때부터 상표와 사업 기반을 미리 다져두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국내 금융·핀테크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발행 주체를 누가 맡을지, 준비자산과 환급 책임을 어떻게 설계할지,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가 느슨하면 해외 강자가 시장을 먼저 가져갈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닫으면 국내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실험이 아니라 결제·송금·자본시장 인프라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와 국회가 논의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주문도 커진다. 제도 공백이 길어질수록 해외 사업자는 상표와 브랜드를 앞세워 진입 채비를 마치고, 국내 기업은 눈치만 보는 구도가 굳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기술보다 제도 설계가 먼저 승부를 가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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