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천] 김진혁 기자= 이영민 감독의 책략이 부천FC1995의 후반전 대추격에 불을 지폈다.
1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8라운드를 치른 부천FC1995가 인천유나이티드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부천은 2승 4무 2패로 승점 10점(5위)을 확보했다. 이날 공식 관중수는 9,314명이었다.
이날 부천은 인천의 스리백 빌드업을 염두하고 전반전 플랜을 짰다. 올 시즌 인천은 센터백 후안 이비자, 박경섭 옆에 풀백 이주용이 남아 스리백을 구축하는 후방 빌드업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에 부천은 인천이 빌드업 시 후방에 3명 이상 숫자가 배치되는 걸 감안해 무리한 압박보다 패스 경로를 차단하는 미들블록 수비를 택했다.
그러나 윤정환 감독은 부천의 사전 계획에 외통수를 뒀다. 이날 인천은 후방 빌드업 시 변형 스리백이 아닌 포백 형태를 유지했다. 후안 이비자와 박경섭이 후방에 남고 그 앞에 이명주와 서재민이 나란히 서며 사각형 형태를 구축했다. 원톱에 배치된 몬타뇨가 인천의 두 미드필더에게 자연스레 둘러싸였고 인천은 1차 저지선인 몬타뇨의 압박을 손쉽게 무마시키며 부천 중원 사이로 큰 무리 없이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여기에 최전방 무고사의 프리롤 움직임으로 부천은 중원에서도 수적 열세에 휘말렸다. 인천은 무고사의 중원 가담으로 순간 미드필더 숫자를 서재민, 이명주를 포함해 3명으로 늘렸다. 카즈의 기동력으로도 절대적인 숫자 부족을 극복할 수 없었다. 결국 부천은 전반 파이널서드를 쉽게 내주며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2실점을 내줄 동안 이렇다 할 공격조차 시도하지 못했고 순식간에 더비 분위기는 인천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감독은 하프타임를 기점으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선수들의 각성을 요하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전반전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에 대한 전면 수정을 시도했다. 이 감독은 추가 실점까지 각오하며 공격적인 형태로 변화를 줬다. 상대 포백 빌드업과 중원 수적 우위에 대응하기 위한 이 감독의 책략은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하이 라인’이었다.
후반전 부천은 중앙 스토퍼 백동규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최대한 하프라인 위쪽에 배치했다. 중원에도 카즈 정도만 백동규 주변에 남았고 김상준, 신재원, 티아깅요 등은 최소 2선 정도까지 높게 위치시켰다. 전형 변화에 따라 전반전 시도하던 짧은 패스 빌드업도 그만뒀다. 후반부터 김형근의 롱킥 빈도가 잦아졌다. 뒷공간 허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껏 끌어올린 라인으로 부천은 전반전 겪었던 전술적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했다.
전방에 많은 숫자를 두고 롱킥을 시도하니 자연스레 높은 위치에서 부천이 소유권을 잡는 경우가 늘었다. 이 감독의 하프타임 메시지로 선수들의 경합 의지가 강해진 것도 있지만,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다 보니 경합에 실패하더라도 부천이 세컨볼을 잡을 절대적 확률이 늘었다. 경기 종료 후 미드필더 카즈도 “후반전에는 더 간결한 플레이를 감독님께서 요구하셨다. 기본적으로 50 대 50 경합에서 지지 않을 것을 강하게 요구하셨다”라며 후반 전술 변화를 설명했다.
여기에 이 감독은 후반 변화의 방점으로 후반 14분 가브리엘 투입을 결정했다. 187cm 76kg 탄탄한 피지컬을 갖춘 가브리엘은 경합 능력과 스피드를 겸한 스트라이커다. 최전방 배치된 가브리엘은 상대 센터백 움직임을 완벽히 묶어냈다. 특히 인천 수비의 핵심인 후안 이비자가 가브리엘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브리엘이 상대 센터백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 부천의 하이 라인 전술도 더욱 효과를 봤다.
동점을 만드는 장면에서도 가브리엘 투입 효과가 빛났다. 후반 19분 신재원의 중거리포로 한 점을 만회했다. 흐름을 타던 부천은 후반 35분 가브리엘이 후안 이비자와 공중볼 다툼에서 이기며 매서운 역습을 시도했다. 가브리엘이 지켜낸 공이 왼쪽 측면에 갈레고에게 연결됐고 갈레고는 다시 박스 부근으로 움직인 가브리엘에게 크로스를 보냈다. 가브리엘은 침착하게 컨트롤한 뒤 골문 구석을 노린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균형을 맞췄다.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이 감독은 “하프타임 때 소극적으로 플레이하지 말고 자신있게 플레이하라고 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못하냐고 질책했다”라며 “가브리엘이 들어가면 상대 수비가 힘들어 한다. 또 몬타뇨와 달리 공을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다. 최대한 체력,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려서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끔 더 준비시키겠다”라며 후반전 변화에 대해 짚었다. 이 감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낸 책략이 질 경기를 비기게 했고 나아가 역전하지 못해 아쉬운 경기를 만들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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