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의 F1 유치에 ‘청신호(오토레이싱 기사 참조)’가 켜졌다.
경제적 타당성 적격 판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F1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지’로 넘어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부터다. 과연 우리는 F1을 ‘개최’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F1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갈 것인가.
F1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하나의 산업이며 구조다. 서킷을 건설하고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경쟁력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다.
여기서 짚어야 할 현실이 있다. F1 유치 자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F1은 24 그랑프리(올해는 중동 정세의 악화로 2곳이 취소돼 22 GP)로 구성된 촘촘한 캘린더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개최지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일정 조정이나 교체가 불가피하다. 상업적 가치와 시장성, 지역 전략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에서 새로운 개최국이 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경쟁’의 영역에 가깝다.
이미 우리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코리아 그랑프리를 경험했다. 당시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이벤트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그 열기는 장기적인 산업 기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글로벌 사례 역시 분명하다. 중동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까지 F1을 유치했고, 개최에 성공했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킷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랑프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드 위에는 자국 드라이버가 없다는 현실에서는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차이는 단순하지 않다. 서킷은 만들 수 있지만 드라이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모든 국가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중국은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F1에 도전하며 현재까지 20명 이상의 드라이버를 배출해 왔다. 혼다를 중심으로 한 제조사 기반과 단단하게 만들어진 모터스포츠의 피라미드 구조가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다.
중국도 2004년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그랑프리를 개최한 이후 기업 후원과 유럽 진출 경로를 바탕으로 저우 관위를 F1 무대에 올렸다. 단순한 개최를 넘어 시간과 투자, 그리고 산업 구조가 연결될 때 드라이버 배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F1 드라이버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카트에서 시작해 포뮬러 단계 등을 거치면서 수년간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은 개인의 재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기도 하다. 리그, 팀, 시스템,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다. 제한된 구조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냉정하다. 카트 저변은 옅으면서 좁고, 포뮬러 레이스는 단절돼 있어 국제 경쟁으로 이어지는 경로 역시 명확하지 않다.
국내 모터스포츠 팬과 관계자들이 F1 유치가 이 구조를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벤트 하나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영암의 사례가 보여주듯 개최는 가능하지만 생태계는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 모터스포츠가 마주해야 할 현실은 유치 이후의 로드맵이다. 카트 리그 확대, 주니어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 제조사 참여 기반 구축, 국제 시리즈 연계. 이 모든 요소가 연결될 때 비로소 ‘F1 개최국’이 아니라 ‘모터스포츠 국가’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체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국가 대표 기구인 KARA는 드라이버 라이선스 발급과 규정 운영, 국제 시리즈 승인 등 모터스포츠 생태계의 기반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드라이버 육성과 카테고리 확장, 국제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KARA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로드맵과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F1을 한 번 여는 것보다 F1 드라이버를 한 명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인천의 F1 유치가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인천은 F1을 어디까지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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