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안 하면 못 받는 복지…'폐지'가 해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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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안 하면 못 받는 복지…'폐지'가 해법 아냐"

이데일리 2026-04-20 12:08: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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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각종 지원금 등 복지사업에서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를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생계형 사건·사고의 원인을 신청 절차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복지 사각지대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 실린 ‘신청주의 논쟁의 해석과 정책적 시사점’에서 이현주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생계형 사건·사고의 원인은 신청 절차 자체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청주의는 사회보장급여를 받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행정 원칙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도 이를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직권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2020년대 이후 각종 생계형 사건·사고 발생할 때마다 ‘모르면 못 받는’ 복지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보장급여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는 행정절차로 간주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다.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신청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논쟁은 보편적 지원 등 거의 모든 사회보장제도로 확산하며 신청의 의미와 적용 한계가 포괄적으로 다루는 양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복지제도를 신청주의에서 자동 지급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며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발언한 게 촉매제가 됐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복지 신청주의 논쟁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신청 절차가 복지 사각지대와 생계형 사건의 원인이라는 주장과 문제의 본질은 제도 부족과 엄격한 기준에 있다는 반론이다.

보고서는 생계형 사건·사고가 신청 절차 자체보다 의료비 부담, 돌봄·간병 부담, 부채, 정신질환 등 복합적인 사회적 위험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사연의 ‘복지급여 신청주의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과 추정소득 기준 등 제도적 요인과 함께 질병·의료비 부담, 채무·신용불량, 상해와 소득 단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2021년 ‘대구 부자 사건’은 간병 부담과 고액 의료비, 공과금 체납, 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역시 부채와 전입신고 회피, 가족의 질병과 사망, 정신적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익산 모녀 사건’ 또한 질환과 정신적 문제, 취업에 따른 수급 중단,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 의료비 부담 등이 겹치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생계형 사건·사고의 원인을 고려할 때 단순하게 신청 폐지를 정책 대안으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하다”고 짚었다. 이어 “사각지대 등 생계형 사건·사고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대와 같은 선별적 소득보장 확충을 대안으로 보는 입장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급여 미신청 이유 역시 절차의 번거로움보다는 ‘선정 기준이 엄격해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나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조사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미신청 이유로 ‘선정 기준이 엄격해 신청해도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19.3%로 가장 높았고, ‘제도를 잘 몰라서’는 1.9%로 나타났다. 반면 ‘신청 절차 및 선정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워서’라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또 한국은 2024년 기준 중앙부처 372개, 지방자치단체 4344개 등 총 4700여 개 사회보장제도가 운영되는 등 제도 구조가 복잡한 데다, 소득인정액 등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비교에서도 공적 지원에 대한 접근 장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필요할 때 공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이 74%로 캐나다(73.7%), 핀란드(71.4%)보다 높았다. 특히 지원 접근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57.6%가 ‘수급 자격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신청 절차의 기능도 강조했다. 신청은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자 행정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장치로, 국민의 행정 참여를 보장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행정 인프라 수준에서는 신청 없이 자동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재산 정보의 불완전성과 시차, 개인정보 활용 제한 등으로 인해 전면적인 자동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신청주의 폐지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정책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보편적 지원을 시작으로 하고 가치재 성격의 서비스를 선별적 현금지원보다 우선 추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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