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모이는 ‘레전드 매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당연히 선수들의 명성이 높을수록 좋다. 그 선수들이 번뜩임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 더욱 좋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릴 만한 물건을 보이거나 사건을 언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선경기인 만큼 전설들의 캐릭터를 살리는 익살스러운 플레이가 나와도 괜찮다. 이번 경기 박지성의 무릎 시술처럼 사연을 전하는 것 또한 레전드 매치를 빛나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과몰입’이다. 레전드 매치는 친선경기여서 다른 경기보다 몰입이 깨지기 쉽다. 선수들도, 팬들도, 경기 관계자들도 이 경기가 전부인 것처럼 몰두해야 레전드 매치의 재미가 배가된다. 특히 OGFC와 수원삼성 레전드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팀들의 전설들이 펼치는 맞대결이라면 더욱 과몰입이 필요하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OGFC와 수원삼성 레전드 팀 경기는 과몰입이 완성한 경기였다. 우선 슛포러브 측의 연출이 좋았다. 그들은 축구팬들이 학창 시절 공책에 자신만의 베스트 11을 그리곤 했던 그 추억을 경기장 위에 그대로 펼쳤다. 그 순간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전설들과 함께했던 그때로 빠져들 수 있었다. 다년간의 이벤트 매치 주최 경험과 오랜 기간 자체 채널을 운영해오며 쌓인 경험이 녹아든 훌륭한 연출이었다.
선수들도 진심을 다해 이번 경기에 임했다. 특히 수원삼성 레전드 팀은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합숙을 하고 매탄고와 연습 경기를 치르는 등 이번 경기를 위해 온통 마음을 쏟았다. 수원삼성 레전드 팀이 전력을 다하자 OGFC도 응답했다. OGFC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합을 맞출 시간이 적었지만, 그 옛날 오래도록 다져왔던 호흡을 경기장에서 구현해내며 레전드 매치가 아닌 듯한 치열한 양상을 구현해냈다.
모든 선수가 프로에 복귀한 것처럼 경기에 몰입했다. 대표적으로 수원삼성 레전드 팀의 데니스는 전반 33분 좋은 공격 기회가 오프사이드로 선언되자 곧바로 주심을 보며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팔을 휘두르며 격하게 항의했다. OGFC의 하파엘은 후반 44분 결정적인 헤더 동점골 기회를 놓친 뒤 땅을 쾅쾅 치며 울분을 토했다.
양 팀 팬들도 이번 경기 과몰입을 완성시켰다. K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덤으로 이름난 수원삼성 서포터들은 바로 전날 경남FC와 수원삼성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창원 원정을 다녀왔음에도 변함없는 화력을 과시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펼쳐진 ‘청백적 우산 퍼포먼스’와 흩날리는 꽃가루의 배합은 예술이었다. 경기 후 리오 퍼디난드조차 “수원삼성 서포터는 경기 내내 대단했다. 음향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경기 후 네마냐 비디치와 대단하다는 감상을 나눴다”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OGFC 팬들도 이에 질세라 응원전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응원가가 다채롭지는 않았지만, OGFC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열렬한 환호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수원삼성 서포터 측에서 야유가 간간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OGFC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다는 의미다.
이날 OGFC와 수원삼성 레전드 팀 경기에는 38,027명이 찾아왔다. 경기 전 우려를 씻기듯 이번 경기는 양 팀 모두가 과몰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OGFC는 이번 경기를 시작으로 또 다른 레전드 팀과 맞붙을 예정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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