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익 더봄] 조경에 무심한 건축주들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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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더봄] 조경에 무심한 건축주들을 위한 제언

여성경제신문 2026-04-20 10:00:00 신고

화분이 있는 집 /그림=손웅익
화분이 있는 집 /그림=손웅익

건축설계를 하다 보면 소형 필지의 경우는 늘 조경이 후순위로 밀린다. 우선 해당 필지의 건폐율이나 용적률을 검토하고 일조권도 따져서 건물을 배치한다. 그리고 법적 주차장을 확보한 후 자투리땅을 찾아 법적 조경 면적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법에는 200㎡이상의 대지에 건축할 경우 조경 의무조항이 있다. 조경기준에는 의무 면적뿐 아니라 식재 수량과 규격, 식재 수종과 토심, 관수 및 배수, 유지관리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소형 필지의 경우 조경은 대부분 건축허가를 위한 형식적인 디자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법에 규정이 상세하게 되어 있다고 해도 필지가 작은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조경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본 건물을 앉히고 남는 자투리 공간에 억지로 법적 조경 면적만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북쪽이나 옆 건물과의 좁은 사이 공간에 조경을 배치하기도 한다.

사용검사를 마친 후에 조경을 다 없애버리는 건축주도 있다. 근생건물이나 다가구주택 등 소형 건축물을 보면 조경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옥상 조경의 경우는 더 관리가 안 된다.

오래전 덕성여자대학교 앞에 근생건물을 설계하게 되었다. 현장을 가보니 아주 오래된 음식점인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고, 마당 한가운데 수형이 아름답고 나이가 많은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변 건물 중에 멋진 소나무가 마당 한가운데 있는 그 음식점은 그 하나만으로도 특별했다.

그 특별한 소나무를 마당에 그대로 두고 건물은 디귿 자 중정형으로 디자인했다. 지상층 어디에서나 그 소나무를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졸업생들이 나중에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그 소나무 집에서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

그러나 내가 제시한 디자인은 건축주로부터 거절당했다. 결국 소나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 버렸다. 지금도 그 건물 앞에 서면 기품 있고 균형이 잘 잡힌 그 소나무가 생각난다.

명동에서 유명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회장님이 서초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했는데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해서 방문한 적이 있다. 나이가 지긋한 회장님은 내가 방문한 날 거실에서 손수 김치 양념을 버무리고 계셨다. 그 칼국수 집은 특히 김치의 향과 맛이 일품인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집이 오래되어 손볼 곳이 많은 것 같은데 왜 낡은 집을 구입하게 되었는지 여쭈었더니 정원 한편에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를 가리키셨다. 소나무가 너무 아름다워 집을 사게 되었다고 하셨다. 과연 감탄사가 나오는 소나무였다. 그 소나무를 보는 순간 덕성여대 앞 소나무가 생각났다.

큰 나무가 있는 집 /그림=손웅익
큰 나무가 있는 집 /그림=손웅익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오래된 단독주택지 골목을 다니다 보면 화분에 화초를 키우는 집이 많다. 베란다나 외부 계단 난간에도 화분을 올려두었다. 담장 밖에 가지런히 화분을 놓아둔 집도 있다. 외벽을 온통 담쟁이로 감싼 집도 있다.

마당이 좁아 화분으로 대신했지만 동네 사람들은 골목을 지나면서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볼 수 있고 화초를 매개로 자연스레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렇게 화초를 잘 가꾸고 있는 집을 보면 집주인을 만나보고 싶다.

조경에 대한 법적 기준이 있어도 형식적인 조경에 그치거나 관리가 안 되어 사라지거나 흉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필지가 작은 경우는 조경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는 건축주가 아니고는 현실적으로 좋은 자리에 조경을 설치하기 어렵다.

이렇듯 작은 필지에 신축할 때 건축허가나 사용검사를 위한 형식적인 조경으로 전락한 현실을 오랜 세월 지켜보면서 하나의 대안을 생각해본다. 조경에 무심한 건축주들을 위해 일정 면적 이하의 작은 필지는 법적 조경을 면제해주는 대신 조경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 조경부담금을 공공 조경 조성에 투자한다면 어떨까.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건물이 땅을 얼마나 덮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쾌적한 도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최대 한도를 제한한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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