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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정답을 찾는 훈련을 받으며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객관식 문제 중 하나를 골라야 했고, 사회 진출 후에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이라는 정해진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애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관념의 남자 김철수>는 우리가 믿어온 정답이 정말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가두는 틀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철수(차시윤 분)는 누구보다 정답을 신봉하는 인물이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적 정체성만큼이나 반듯한 그의 삶은 사회가 요구하는 관념 그 자체를 대변한다.
하지만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떠난 연인 세미의 뒷모습은 그가 구축해온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왜 정답대로 살았는데 결과는 오답일까?”라는 철수의 당혹감은 영화 초반 관객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정신과 의사 김레오나르도가 내린 처방은 단순히 행동을 바꾸라는 권고를 넘어,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경고로 다가온다.
변화를 위해 철수가 향한 위성 도시는 그가 가진 고정관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재회한 영희(이재리 분)는 철수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들을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교과서 속 얌전한 이미지와 달리, 영화 속 영희는 규격 밖의 삶을 살며 철수에게 묻는다. 누가 그게 정답이라고 말해줬는지…
영화는 철수가 겪는 혼란을 블랙 코미디 특유의 유머로 풀어낸다. 평생 써온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 같은 어색함을 견뎌내는 과정은, 때로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한 자아 성찰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영희의 거침없음은 철수의 경직된 사고와 대비되며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하게 된다.
철수가 낯선 공간에서 겪는 소동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향한다.
세상이 정해준 정답지에 매달리지 않고, 비어있는 주관식 답안지에 나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의 핵심이 더 나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중적인 상업 영화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어 전개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불친절함이야말로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결국 철수는 세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결과는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정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품게 된 순간, 철수는 이미 이전과는 다른 자기 자신의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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