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저작권썰.zip]㊳ ‘발매는 가능했다’는 판단으로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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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㊳ ‘발매는 가능했다’는 판단으로 충분할까

일간스포츠 2026-04-20 05:4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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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프티 '큐피드'(사진=어트랙트 제공)


지난주 ‘큐피드 저작권 분쟁’ 판결문 분석을 통해 법원의 청구 기각 사유와 계약의 당사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짚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특히 논란이 됐던 두 가지 지점을 중심으로 조금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 두 번째 쟁점 : PM 업무용역계약 범위는 어디까지?

법원이 주목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업무용역계약의 구체적인 범위였습니다. 어트랙트와 더기버스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신인 걸그룹 개발 총괄’ 및 ‘데뷔 프로젝트와 앨범 및 마케팅 기획·홍보’ 등이 과업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계약 내용에 ‘노래에 대한 저작권 취득 여부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앨범의 기획·홍보·마케팅이라는 세부 과업을 수행하려면 저작권 권리관계에 대한 선행적 점검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저작재산권의 귀속과 같이 권리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까지 PM 계약 범위 밖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특히 프로젝트의 핵심인 데뷔곡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PM 수행 주체가 이를 제3자가 아닌 본인 명의로 취득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러한 상위 권리 확보 행위를 프로젝트와 무관한 별개의 사정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지 다시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세 번째 쟁점 : 보고·협의 의무는 정말 없었나

법원은 더기버스가 저작권 양수 교섭 상황이나 저작권 양도 계약 체결 여부를 어트랙트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판결문 각주를 통해, 해당 사실이 사전에 공유되었다면 어트랙트가 계약 범위를 조정하거나 대금을 분담해 공동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은 시사했습니다. 즉, 재판부는 정보의 전략적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기존 계약상 보고·협의 의무의 영역으로 확장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 사안을 계약 관계의 연장이 아닌, 명시적 계약 변경이나 새로운 사업 참여가 필요한 별개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저작권 양수 자체가 PM의 명시적 계약 의무는 아닐지라도, 프로젝트의 핵심인 미공표 타이틀곡을 둘러싼 상황은 엄중히 보아야 합니다. 기획사에는 제한적인 라이선스만 확보해 준 채, 정작 PM은 프로젝트 전체의 권리 구조와 향후 활동 가능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위 권리를 별도로 취득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해상충 상황에서, 적어도 해당 사실을 기획사와 공유하고 협의해야 할 신의칙상 필요성까지 부정한 법원의 판단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기버스가 어트랙트와의 협의나 보고 없이 자기 명의로 저작재산권을 취득한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 제기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번 소송의 청구취지가 저작권 확인 및 이전 청구임을 고려하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 승소로 결론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보고·협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권리 귀속 변동이나 이전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그 사이에는 보고·협의 의무의 존재와 위반, 그 위반이 낳는 법적 효과와 그 효과가 왜 저작권 확인이나 이전 의무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몇 단계의 추가적인 법적 구성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김민정 변호사는 재판부도 이 사건의 석연치 않은 지점과 어트랙트 측 문제의식 자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미리 고지했더라면 계약을 변경하거나 양수대금 일부를 분담해 공동으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적시한 대목은, 재판부 역시 그 정보의 중요성과 이 사건의 어색함을 모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다만 판결에서는 재판부가 ‘문제점은 알겠지만 현재의 계약과 청구 구조 안에서는 거기까지 갈 수 없다’는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며, 적극적인 법적 효과로까지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 남겨진 질문 : ‘음반의 발매’와 ‘지속 가능한 활동’은 별개?

법원은 통상 기획사가 음반 제작 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들어, 저작재산권 양수가 음반 제작의 필수 공정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저작권 문제를 오로지 ‘음반 발매를 위한 이용 허락’이라는 틀에만 가둔 지엽적 해석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실상 K팝 산업에서 타이틀곡은 단순한 음반 발매를 넘어 SNS 클립, 해외 유통, OTT 편입 및 2차 콘텐츠 확장까지 전제로 기획됩니다. 이처럼 음악저작권은 이용방법과 조건에 따라 권리 범위가 세분화되기 때문에, 통상적인 이용허락(라이선스) 만으로 프로젝트 전반의 안정성을 보장하기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데뷔 전 미공표 상태에서 선정된 곡은 활동 양상에 따라 활용 영역이 예상보다 비약적으로 넓어질 수 있는데, 이때 상위 권리 취득자(양수자)가 기존 라이선스 범위를 벗어나는 이용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도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판시한 ‘음반 발매를 위하여 필요한 권리 확보를 확보하였다’는 것이 곧 ‘장기적 활동의 안정성까지 확보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계약기간 5년의 PM 계약서에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필요한 업무 일체 및 부수 업무’가 명시됐다면, 프로젝트 전반의 권리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권리 정리(Clearance) 실무를 계약 범위 밖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 또한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김민정 변호사 또한 일정 부분 궤를 같이했습니다. 해당 사안이 판결 자체를 뒤집을 결정적 변수는 아닐지라도, 실무 차원에서는 분명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글로벌 OTT나 해외 플랫폼은 단순한 협회 등록이나 일반적인 이용허락을 넘어선 수준의 직접적인 권리 정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원이 짚은 문제가 산업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정확히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 이번 판결이 남긴 결론

이번 판결의 실질은 어디까지나 어트랙트의 저작재산권 확인 및 이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큐피드’는 더기버스 것’이라는 결론으로 비약하는 순간, 법원이 판단한 실제 범위와 청구 배척의 본질적 의미는 가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정 변호사는 저작권·콘텐츠 분야에서 계약이 불공정하거나 석연치 않게 보인다고 해서 법원이 곧바로 그 효력을 부정하거나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불공정 계약이 뒤집힌 사례로 알려진 ‘검정고무신’ 사건 역시, 실제로는 계약 자체가 무효화된 것이 아니라 해지 시점 이후의 출판사측 이용에 대한 일부 손해 배상 청구가 인정된 사건이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도 PM용역계약서에 ‘데뷔 프로젝트 대상 걸그룹에 대한 활동을 제약 혹은 방해하거나 저하시키는 어떠한 권리 행사 및 권리 귀속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법과 계약은 노골적인 위반보다 문언의 빈틈과 협의의 공백을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형식적으로 결함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공백이 실질적으로는 프로젝트의 장기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균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 또한 법원이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해서, 그 과정이 결코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우리에게 던진 진짜 질문은 승패 그 자체가 아닙니다. ‘왜 이토록 중요한 권리 구조가 사전에 정립되지 못한 채 끝내 법정으로 넘어가게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다음 분쟁도 결국 같은 공백을 품은 채 누군가의 변명 속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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