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사를 겨냥한 대형 수사들이 장기 표류하면서 그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수사가 대표적이다. 13건의 혐의를 두고 7개월이 흘렀지만, 피의자 소환만 일곱 차례 되풀이될 뿐 뚜렷한 진전이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측은 지난 6일 다섯 번째 소환 직후 "일부 사안에 대해선 곧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으나 2주가 지난 지금도 후속 조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수사 지휘부의 잦은 교체도 지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20일 자로 새 수사부장과 광역수사단장이 동시에 취임하는데, 이로써 김 의원 사건 착수 이후 수사부장은 세 번째, 단장은 두 번째로 바뀌게 된다. 업무 인수인계 기간까지 감안하면 사건 처리 방향 결정은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기준 경찰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54.4일임을 고려하면 이미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향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 역시 답보 상태다. 2024년 말 조사를 마친 뒤 "법리 검토 단계"라는 설명만 넉 달째 반복되고 있다. 가수 싸이의 수면제 대리 수령 의혹도 비교적 단순한 사안임에도 작년 8월 불거진 이래 여덟 달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쿠팡 수사는 초반 기세가 무색해진 사례로 거론된다. 올해 1월 경찰은 86명 규모 전담 TF를 편성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집중 파헤치겠다고 천명했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임시대표가 2월 초 두 차례 소환됐고, 이달 3일에는 송파구 본사에 추가 압수수색이 실시됐으나 수사 결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사 장기화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실효성 상실이다. 2024년 말 줄줄이 고발장이 접수됐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비방글 사건은 실제 작성자 규명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한동훈 전 대표가 올해 1월 해당 사안을 이유로 당에서 축출되면서 수사 결과의 무게감이 크게 줄었다.
김 의원 건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매듭짓지 못해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쿠팡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 국면과 맞물리면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우회적으로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추측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방 의장은 출국금지 조치에 발목이 잡혀 해외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등을 사유로 방 의장의 방미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고위 인사 수사는 외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난항을 겪기 쉽다"며 "수사기관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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